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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의 꽃' 승무원, 승객이 때리면 맞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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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폭력 쉬쉬…두번 우는 승무원들
승객 화풀이에 회사선 소문날까 무마 급급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국적항공사 A사에 근무 중인 객실승무원 박은정(가명)씨는 최근 승객으로부터 수차례 뺨을 맞았다. 싱가포르공항에서 인천으로 가는 항공기에 탑승하는 한 고객에게 “탑승권을 보여달라”고 요청했으나 탑승권 대신 승객의 손이 먼저 올라왔다. 뺨을 맞고 쓰러진 박씨는 다시 일어나 “탑승권을 보여주셔야한다”고 정중히 말했고 또 한차례 뺨을 맞았다.

또 다른 항공사에 근무 중인 주영숙(가명)씨 역시 기내 폭력을 경험했다. 주씨는 비즈니스 전용 화장실을 이용하는 이코노미 승객에게 화장실 방향을 설명하던 중 승객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몇분간 맞는 변을 당했다.


'항공사의 꽃'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한 기내 폭력 및 폭언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승무원 폭행은 엄연한 범죄에 속하지만 '서비스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매번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흡연, 전자기기 사용, 조종실 출입 시도, 폭언, 폭력행위 등은 기내 불법행위에 속하고 기내 난동을 일으킨 승객은 공항경찰에 신고토록 규정 돼있다. 그러나 실제 기내 난동을 일으킨 승객이 신고단계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씨의 경우도 회사 측에서 해당승객의 탑승을 제한시킨 것으로 모든 사태가 마무리 됐다. 이 승객은 싱가포르 내 한 호텔에서 머무른 후 다음날 같은 항공사 항공편을 통해 인천으로 돌아갔다. 경찰 인계는 고사하고 승객의 사과, 회사 측의 추가 대응은 전혀 없었다.


객실승무원들은 이 같은 기내 폭력과 폭언에 한번 상처받고 회사 측의 태도에서 한번 더 상처받고 있다. 기내 폭력을 행사한 승객들에게는 탑승거부 등의 조치가 필요하지만 사측에서 소문날 것을 우려해 쉬쉬하며 적절한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한 문제제기 또한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실제 항공사 게시판에 올라왔던 관련 글들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모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A사 소속 한 승무원은 “기내 승무원 폭행은 엄연한 범죄”라며 “회사 측에서 매번 없었던 일처럼 넘어가곤 하는데 탑승거부 등 적절한 대응을 통해 자사 직원들을 보호하고 바른 탑승문화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들은 각 사별로 기내 불법행위 발생시 구두 경고, 경고장 제시, 진압 등의 순으로 이뤄진 매뉴얼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매뉴얼은 안전운항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수준의 불법행위, 항공기 테러 등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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