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증권·신협·상호저축에 76억원 규모 떠맡겨
-"1인당 2.6매" 할당량까지 정한 협조.. 구매현황 보고도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각 업권별 협회를 통해 회원사 전 직원이 여수엑스포 입장권을 구매해 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금융회사들은 지난달 28일 1차로 구매 현황을 금융당국에 제출했으며, 오는 5월 12일 대회 개막을 한 달 정도 앞두고 2차 중간보고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주 1회 티켓 판매 현황을 점검할 것"이라며 "아직까지 (금융회사들의)구매 수량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느닷없이 금융권을 대상으로 세일즈에 나서게 된 것은 여수엑스포 조직위원회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대전엑스포 이후 20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국가 행사인데도 입장권 판매가 저조하자 조직위에서 각 부처에 판매 협조를 독려하고 나선 것.
지난달에는 조직위 관계자가 금융당국 및 정책금융기관 실무관계자들을 모아놓고 구체적인 판매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조직위는 산하 공공기관과 금융회사들의 소속직원 수를 감안, 1인당 2.6매(통계청 기준 1가구 평균 가구원수)의 수요를 배정하고 이 수요의 40%를 예매수량으로 책정했다.
2.6매의 40%는 1.04매다. 직원 1인당 1매 이상을 예매하도록 한 셈이다. 금융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조직위 측에서 1인당 최소 1매는 예매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은행ㆍ보험ㆍ증권ㆍ신협ㆍ상호저축 등 조직위에서 지정한 5개 권역의 금융회사 전체 인원은 22만4017명. 이들이 구매해야 할 최소 수량은 23만2987장으로 성인 티켓 1장당 가격(3만30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76억원 규모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강압적인 요청은 없었으며, 자율적으로 예매수량을 채우도록 협조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은 이 협조 요청을 사실상 '강매'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금융기관 한 곳이 수 만장의 티켓을 사들였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사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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