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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 슬며시 편승.."대기업 옥죄기 떼법 극성"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23초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4일 오전 호텔신라 앞. 소방관과 고가사다리차ㆍ살수차ㆍ구급차 등이 대기하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지난 2일 오후 호텔신라 객실에 투숙한 엔텍 채권단이 3일 오전 10시30분께부터 호텔신라 14층에서 현수막을 내걸고 유인물을 뿌리며 점거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삼성 경영진을 불러달라고 요구하며 대치하고 있다. 전날 밤 객실 안과 입구에 시너를 뿌려 위험스러운 상황을 연출했지만 다행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일단 호텔에서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투숙할 때 일반 고객인 줄만 알았지 이런 일이 벌어져 난처하다"고 전했다.


그야말로 대기업 수난시대다. 선거해를 맞아 연초부터 정치권의 눈총을 받기 시작하더니 4.11 총선이 7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기업, 재벌을 감정적으로 싸잡아 매도하려는 움직임까지 일부 목격된다.

대기업들의 수난이 본격화 된것은 연초부터다. 총선과 대선 등의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대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정치권의 여론몰이로 반대기업, 반재벌 정서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거세지면서 주먹구구식으로 떼쓰기 여론까지 일고 있다는 점이다. 재계는 이같은 과정에서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스러워 한다.

가장 곤욕을 치르고 있는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전자는 전 협력사인 엔텍의 채권단이 호텔신라 객실을 점검한 사건에 휘말렸다. 이들은 지난 3일 호텔신라 객실에서 '삼성전자에 납품하다 부도가 났다'며 경영진을 규탄하는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삼성의 동반성장센터장이 협력업체 등을 도산 처리하도록 하고 이 회장에게 협력업체가 잘못해 부도가 났다고 거짓 보고를 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전형적인 억지성 민원이라고 일축했다. 외주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부정 사실이 발각돼 2001년 6월 거래를 중지했는데 이를 삼성전자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엔텍 측은 거의 매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주변에서 집회를 갖고 확성기로 삼성전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끊임없이 비방했다"며 "최근에는 수백억원의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SK그룹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태원 회장 공판 때면 어김없이 학원업계 관계자들이 법원 앞으로 몰려와 과거 SK컴즈의 학원사업 진출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이 온라인 학원사업에 진출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 유명강사를 스카우트해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는 게 시위대의 주장이다. 이들이 법원 복도를 점거해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재판 지연과 함께 최 회장 등이 법정에 25분 이상 갇히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SK그룹은 이에 대해 이미 학원사업을 접은 데다 해당 학원의 경영에도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화그룹 역시 지난달 말 김승연 회장 공판시 지역광물업체의 시위로 곤욕을 치뤘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반기업 정서가 확대되는 분위기를 개개인의 보상 요구의 명분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는 최근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 분위기에 편승하는 전형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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