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1년에 단 한번만 방송하는 상품. 더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지만 그 인기만은 최고인 상품이 있다. 제품은 다른 아님 된장과 고추장, 간장이다.
마트에 가면 언제든지 살 수 있지만 현대홈쇼핑이 1년에 한번만 판매하는 이 된장은 뿌리부터가 다르다. 현대홈쇼핑은 전통식품 명인 제35호인 기순도씨가 만든 전통장을 1년에 단 한번만 판매한다고 전했다.
1년에 한번만 판매하지만 매출은 기대 이상이다. 가장 최근에 방송을 진행한 지난 2월16일에는 1시간 방송동안 3000세트가 팔려나가 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인기비결은 360년, 10대째 전해 내려오는 종가의 전통방식에 있다. 기순도 전통장은 국내산 콩과 죽염, 지하 150m 암반수를 사용해 정갈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또 매년 동짓달인 음력 11월에 메주를 쑤고 정월에만 장을 담그는 독특한 제조 방식을 사용한다. 발효기간은 1년을 넘기지 않는다. 1년보다 짧거나 길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
자식같이 귀한 장이기 때문에 된장을 다루는 기순도 명인의 손길도 남다르다. 지난 2월 현대홈쇼핑 방송에서 진행된 '기순도 전통장' 판매 방송에서 기순도 명인은 된장을 주걱으로 퍼낼 때도 콩이 으스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손길을 보였다.
명인의 이 같은 고집과 정성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 바로 '기순도 전통장'인 것이다. 때문에 된장(3kg), 고추장(1kg), 간장(0.9리터) 세트에 9만9000원이라는 다소 비싼 가격에도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이다. 해마다 판매 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매번 준비된 물량이 모두 팔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2010년 1월 첫 방송에서 55분만에 1600세트가 모두 팔렸고, 작년과 올해 각각 2000세트, 3000세트가 모두 판매됐다. 특히 재구매율이 30%가 넘는다는 것도 홈쇼핑에서는 이례적인 사례다.
현대홈쇼핑은 백화점 일부 매장에만 입점해 판매하던 제품을 집에서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데다 전통맛을 찾는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정성과 스토리가 담긴 상품을 개발해 기존 상품들과 차별화하려는 MD전략도 한몫했다.
이종경 상품개발팀 상품기획자(MD)는 "홈쇼핑은 '품질 좋고 가격은 실속 있는' 상품들을 주로 판매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품질과 가격은 물론이고,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내가 먹을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도 궁금해하는 고객들을 위해 명인이 만든 전통식품처럼 차별화된 상품을 판매하는 고급화 전략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재 기자 gal-r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