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주진모│내 안의 감성을 꺼내놓는 영화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53초

주진모│내 안의 감성을 꺼내놓는 영화들
AD


흠 잡을 데 없는 외모는 배우에게 어느 시점까지는 날개가 되지만 또 어느 시점부터는 한계가 되기도 한다. 잘생긴 배우들을 거론할 때 단박에 호명될 만한 주진모는 미남배우들의 등용문으로 여겨졌던 자양강장제 CF를 통해 비교적 빨리 이름을 알릴 수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연기에 진지한가보다는 어디서도 도드라지는 얼굴에 더 주목했다. “외모요? 독이 될 수 있죠. 저는 처음부터 날개가 아니라 독이었어요. (웃음) 시작할 때부터 누구누구랑 비슷하다고들 했으니까요. 난 난데. 그래서 얼굴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 친구가 이런 감정을 표현하네?’하는 반응을 이끌어냈어야 했어요. 20대 때 센 영화, 실험적인 캐릭터를 일부러 더 많이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죠.”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작품을 거듭 할수록 주진모는 거친 세계에서도 멋질 수밖에 없는 남성적인 캐릭터에 특화되었다. 첫사랑을 위해 목숨을 내놓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랑>의 순정남이나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무적자>의 수트가 어울리는 보스처럼 그의 주무기는 ‘멋진 남자’다. “주어지는 인물들이 남성적이고 그걸 표현했을 때 인정받다보니까 그런 작품만 들어와요. (웃음) 다른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니까요. 특별하게 ‘나 변신할 거야’보다는 그 안에서 조금씩이라도 다른 느낌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가비>의 일리치는 장윤현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그가 만들다시피한 인물이다. 애국 같은 거대한 가치보다 “내 여자를 평생 옆에서 지키”는 것이 지상과제인 남자는 그가 이전에 연기했던 열혈남아들과 비슷하지만 그 안에는 주진모가 가장 많이 담겨있다. “시나리오에서 일리치라는 캐릭터는 그렇게 중요한 역할이 아니었어요. 많은 부분이 비어있었죠. 그래서 어떤 영화를 했을 때보다 감독님과 굉장히 많이 얘기하고 논쟁했어요. 아이디어도 많이 냈죠. 자랑 같지만 제가 나오는 부분에는 대사까지 다 저의 아이디어가 반영됐어요. (웃음) 그래서 부담되기도 하지만 연기와는 다른 또 다른 희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말을 달리고, 공중 발차기를 날리는 일리치는 여전히 거친 세계에 속해있지만 “사랑을 하면 그 사람밖에 보이지 않아서 힘들기도 한” 주진모를 닮은 순정을 간직하고 있다. 그가 고른 다음의 영화들 역시 “사랑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그와 닮아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10_LINE#>

주진모│내 안의 감성을 꺼내놓는 영화들

1. <사관과 신사> (An Officer And A Gentleman)
1983년 | 테일러 핵포드

“영화라는 장르가 가진 힘이 있더라구요. 인생이나 생각의 틀도 바꿀 수 있죠. 무엇보다 꿈을 꾸게 만들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사관과 신사>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예요. 초등학교 때 봤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감성적인 것들을 많이 느꼈죠. 지금 생각해도 희한해요. 친구들은 딱지치고 있는데. (웃음) 마지막 해피엔딩도 참 멋있죠. 이루지 못한 걸 이뤄지게 만드는 희망을 주잖아요. 이런 영화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해군 생도 잭(리차드 기어)과 여공 폴라(데브라 윙거)의 사랑은 흔한 러브 스토리의 전개를 따라가지만 그들이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순간만큼은 그 어떤 순간보다도 특별하다. 영화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지만 현실에선 불가능해도 일어났으면 하는 일들을 실현시켜주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사관과 신사>처럼.


주진모│내 안의 감성을 꺼내놓는 영화들

2. <조 블랙의 사랑> (Meet Joe Black)
1998년 | 마틴 브레스트

“멜로영화를 좋아해요. 엊그저께 다시 본 영화가 <조 블랙의 사랑>이에요. 브래드 피트가 한창 혈기왕성할 때 더 정제된 연기를 보여줬죠. 전 기본적으로 이성적인 거보다 감성적인 걸 더 좋아해요. 영화도 공감할 수 있고, 어떤 강한 느낌을 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남자들이 보면 흔히 ‘아, 심심해. 졸려. 밋밋해’라고 할 만한 영화들을 다른 시각에서 보면 따듯하고,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거든요. 이 영화처럼요.”


브래드 피트가 멋지지 않았던 적이 있을까? 연기자로서나 자연인으로서 완벽한 현재에서 조금 더 거슬러 내려가면 아직은 미완이어서 더 매력적이던 시절의 브래드 피트와 만날 수 있다. <조 블랙의 사랑>은 그런 그의 셀링 포인트를 영리하게 활용한 작품. 천사에 가까운 저승사자로 그토록 아름다운 그 말고 누구를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주진모│내 안의 감성을 꺼내놓는 영화들

3.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2003년 | 리처드 커티스

“겨울이 오면 집에서 항상 보는 영화예요. (웃음) DVD도 매년 하나씩 사서 지금은 집에 4개나 있어요. 따뜻하고, 악역이 없어서 좋아요. 사랑이란 단어를 좋아하는데 <러브 액츄얼리>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여러 가지 모습의 사랑이 다 담겨있죠. 사랑 이야기에 있어서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랄까요? 제가 연기했던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굵고 세지만 이 남자가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다 사랑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더 끌리는 것 같아요.”


<러브 액츄얼리>에는 안타까운 사연도, 가슴 아픈 사랑도 있지만 다양한 커플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누구든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짧은 시간 함께 한 만남이지만 사랑하기에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좋아하는 부하직원의 집을 찾아 헤매는 총리의 모습은 판타지라 할지라도 사랑스럽다.


주진모│내 안의 감성을 꺼내놓는 영화들

4. <대부> (Mario Puzo's The Godfather)
1977년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20대 시절, 혈기왕성할 때 봤던 <대부> 시리즈는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다 한 번쯤 이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걸요? (웃음)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그렇고 그 전에 준비하는 동안에도 이 영화를 보면서 롤모델도 만들고, 제 방식으로 대사도 따라 해봤던 영화예요. 마초 캐릭터의 근간이 되는 영화다 보니까 캐릭터 외적으로 보이는 것보다 풍기는 이미지에서의 나오는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많이 참고하게 되더라구요.”


누구나 알고, 누구나 얘기하는 영화사의 교과서. 가족과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 강해지려고 악착같이 살던 남자는 결국 무자비한 삶의 방식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그 비극과 복수는 대를 이어 계속된다. 이 간단한 줄거리 안에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비극이 모두 담겨있다.


주진모│내 안의 감성을 꺼내놓는 영화들

5. <브레이브하트> (Braveheart)
1995년 | 멜 깁슨

“좋아하는 영화가 많아서 오히려 고르기가 힘드네요. <브레이브하트>는 정말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는데요, 군대 이등병 시절에 특별 상영으로 본 영화입니다. (웃음) 보는 내내 뭔가 마음에서 불끈불끈하면서 ‘아, 이게 영화구나’ 싶었죠. 당시에는 작대기 하나 단 막내였는데 각 잡고 부동자세로 2시간을 앉아 있는 게 쉽지 않았는데도 영화에 빠지다보니까 상황에 대한 부담감이나 고참들에 대한 압박을 다 잊게 되더라구요. 그런 상황에서 봤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웃음)”


제작과 주연, 연출을 맡은 멜 깁슨에게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겨준 <브레이브하트>는 전형적인 히어로물이다. 스코틀랜드의 전설 속 영웅의 투쟁은 할리우드에서 스펙터클한 액션물로 재탄생했고, 자유를 염원한 윌리엄 월리스를 전 세계에 알렸다.
<#10_LINE#>

주진모│내 안의 감성을 꺼내놓는 영화들

주진모는 데뷔한 이후 매 작품마다 주연이었으며,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는 13년차 배우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고민이 많다. 그러나 그 고민에서는 앞으로의 10년을 치열하게 보낼 수 있는 동력이 엿보인다. “아직까지는 대중들한테 크게 인정받은 것 같진 않아요. 마니아는 형성한 것 같은데. (웃음) 그래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그러더라구요. ‘한번쯤 터뜨려야 니가 뭘 해도 따라오고, 돈도 벌 거 아니냐’ 그러다보니 여태까지 내 고집만 피웠나 싶더라구요. 그렇다고 제가 드라마에 꽃미남으로 나올 수는 없지만 (웃음) 요즘 많이 혼돈스러워요. 대한민국에서 배우로서 10년 이상 일해보니까 ‘아. 현실이 이렇구나’ 싶죠. 배부른 고민일 수도 있지만 제 스스로 꿈꾸고 있는 욕심이 있는데 지금이 정체된 건 아닌가 느껴지니까요.”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지혜 seven@
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