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한국에서는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영화가 유독 흥행이 잘 된다. '스타 워즈'와 '아바타' 등의 전설은 거론할 필요도 없다. 1950~60년대 느낌의 '미이라' 시리즈나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 류의 '팝콘' 영화들은 본국인 미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흥'했다. 이런 경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젊은 세대들은 점점 더 영화를 예술이 아닌 엔터테인먼트로 간주하고 있다.
8일 개봉되는 '존 카터: 바숨전쟁의 서막 John Carter'(이하 존 카터)은 액션 어드벤처를 선호하는 한국 일반 관객들의 구미에 '딱'이다. '존 카터'는 '타잔'의 작가로 유명한 에드가 라이스 버로스가 1912년에 출간한 공상과학(SF) 소설 '존 카터' 시리즈 1부 '화성의 프린세스'를 스크린에 옮겼다. '서막'이라는 부제에 어울리게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 명료하다. 이상한 가스를 마시고 정신을 잃은 남북전쟁 퇴역군인인 존 카터(테일러 키치 분)는 자신이 종족 간 전쟁으로 서서히 파괴되어 가는 화성(바숨)에 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곳에서 존은 바숨의 운명이 걸린 거대한 전쟁에 뛰어들고, 선지자를 기다리던 외계인 공주 데자(린 콜린즈 분)와 사랑에 빠진다.
'존 카터'에는 액션, 어드벤처, 시공간 여행, 로맨스, 미스터리 등 상업 영화 스튜디오들이 군침을 흘릴 흥행 요소들은 모두 들어있다. 지구와 화성을 오가며 벌어지는 액션 영웅 존 카터의 신비한 모험 이야기는 이후 소설과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 대중 문화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과 '스타 워즈'의 조지 루카스도 철저히 '존 카터'의 자장(磁場) 안에 있다.
일단 '존 카터'의 외양은 최고다. 할리우드에서도 흔치 않은 수준인 2억5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수혈 받은 '존 카터'는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 테크니션들과 스태프들이 참여해 소설 속 활자를 미끈하게 스크린에 옮겼으며,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 그 자신이 픽사 스튜디오의 역사인 앤드류 스탠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미국 유타 주의 황량한 사막이 거대하고 웅장한 화성으로 거듭났으며, 소설 속 내용에 작가들의 상상력이 더해진 외계 종족들의 다양한 모습은 역시 돈 들인 티가 난다.
이야기가 문제다. 밋밋하고 따분하며 순진(naive)하게 느껴질 정도다. SF 불멸의 클래식 반열에 오를 정도로 유명한 텍스트지만, 지난 100년의 시간 동안 '존 카터'에게서 영감을 받은 수많은 SF 영화들이 존재하는 탓이다. '존 카터'는 너무 늦게 왔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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