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새누리당이 첫 공천자를 발표하는 27일부터 공천갈등에 빠졌다. 공천심사권을 쥔 공천위원회의 결정에 의결권을 쥔 비상대책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공천위 결정에 일부 후보들이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인 것. 갈등이 조기 수급되지 않으면 이후 2,3차 공천명단 발표에도 이 같은 모습이 계속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새누리당 공천은 이날 친이(친이명박)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을 포함한 21명의 1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하면서부터 삐걱였다. 당초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비대위의 최종 의결을 거쳐 확정한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비대위 회의에서 이재오 의원 등의 공천 확정을 놓고 정 위원장과 일부 비대위원이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위 1차 명단에 대해 비대위는 표결을 통해 반대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공천위는 공천자 명단을 재논의해야 한다. 당초의 명단을 그대로 확정짓기 위해서는 공천위원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가 진통을 겪자 도중에 나와 공천위가 확정한 1차 공천명단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정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만큼 공천위는 공천위대로 발표하고 비대위는 비대위대로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천결과를 앞두고 이미 현역과 정치신인들 사이에서 불공정 논란이 벌어진 데다 비대위마저 제동을 걸면서 공천갈등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비대위 핵심인 김종인, 이상돈 위원 등은 "이명박 정권 실패에 책임이 있는 인물을 공천해서는 안된다"며 이 의원과 새누리당 전현직 대표 등을 공천 배제 인물로꼽아왔다.
경기 과천ㆍ의왕이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되자 지역구 현역인 안상수 전 대표는 "이 지역을 경선지역으로 정하고,전략지역으로 하더라도 나와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안 전 대표와 기업인 출신 2명만이 공천신청을 낸 곳이다. 권영세 사무총장이 전략공천지역이라고 현역을 배제한다는 원칙은 아니라고 진화했지만 반응은 달랐다.
안 전 대표는 "의왕ㆍ과천은 내가 16년간 3만5천여명의 당원을 확보하며 성장시킨 곳으로, 그동안 지역관리를 철저히 해 왔다"면서 "이길 수 있는 후보, 경쟁력 있는 후보가 있는 지역을 전략지역으로 선정하고 나보다 경쟁력이 뒤지는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이 지역을 경선지역으로 선택해 줄 것을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에 공식 요청한다"면서 "전략적으로 어느 후보를 내더라도 나와 경선을 통해 이기면 납득하고 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두언 의원은 전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천 과정에 특정 계파 이외에는 접근이 차단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트위터 글을 통해 "민주주의에서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절차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당 일각에서는 '특정인사가 공천을 좌지우지한다'는 우려가 높다.
전략지역 선정과 관련해서도 공천 배제 가능성을 우려한 해당 지역 현역 의원 또는 예비후보들도 반발하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중진의 경우 언제든 무소속으로 나올 수 있다. 이럴 경우 표가 분산되면서 새누리당 공천장을 받아든 후보의 승리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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