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친오빠 권순훤..클래식 대중화에 이어 '재능기부'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바로 이 음악이 들어가 있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 3악장입니다. 띠리리리리리리리리... 여러분들 쓰레기차 후진하면 나오는 소리, 이건 '엘리제를 위하여'구요"
20일 오후 유통업체 홈플러스 강동점 문화센터. 초등학생 40여명이 피아노 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한창 소란을 피웠던 아이들이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오자 잠잠해지며 연주자에 집중했다. 연주자는 가수 '보아'의 친오빠인 피아니스트 '권순훤'(사진·남·33)씨였다.
권 씨는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교본과 음반을 만든데 이어 2009년부터 해설을 곁들인 클래식 음악 공연인 '이지클래식'으로 유명한 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아이들을 위해 '재능기부'활동을 벌이고 있다.
권씨는 그동안 13번의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서울시내 문화센터 10곳에서 어린이 문화예술체험교육을 벌이고 있는데 각 센터는 음악, 무용, 연극, 미술 중 2개 분야를 골라 교육하고 있다.
권씨는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만화나 영화에는 클래식 음악이 이미 많이 삽입돼 있어 익숙하지만 어렵게 느낀다"면서 "아이들이 음악을 쉽고 재밌는 놀이로 다가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피아노를 치고, 영상과 음악을 함께 설명하면서 아이들 눈높이에서 같이 대화하며 클래식을 전파하는 그의 모습은 그동안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노력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권 씨는 "5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면서 "사실 동네 피아노학원에서만 연습하다 중3때 여자친구가 외고에 진학하면서, 내가 잘하는 피아노를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에 훈련한 게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하며 전공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대 음대 학부와 대학원을 나와 스물 여섯살에 군에 입대하고 전역한 후 영국의 런던 왕립음악학교에 합격해 유학길에 오르려했다. 그러나 그때는 유학을 물리칠 만한 큰 목표가 그에게 있었다.'클래식을 전파하는 일'이었다.
권 씨는 바이엘이나 체르니 등 기본 피아노 교재에 나오는 음반 작업부터 시작했다. 당시 이런 음반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2007년 말부터 지금까지 클래식의 기초음반부터 수준급 감상자가 들을 수 있는 음반까지 총 50여개를 만들었다. 2009년부터는 해설이 곁들여진 클래식 콘서트인 '이지 콘서트'를 시작했다. LG아트센터, 세종체임버홀, 충무아트홀, 구로아트밸리 등 국내 유수 공연장에서 선보인 이 공연은 전석 매진이 되며 유명세를 탔다.
올해는 대중과 호흡할 클래식 음악회로 국내 최초의 체르니 콘서트, 헝가리 무곡과 비보이 브래이크 댄스를 결합한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권씨는 공연 뿐 아니라 출판과 강연 등 다양하게 활동 중이다. 부지런하고 바쁘게 생활하는 건 가족 내력이었다. 그는 "아버지께서 피곤해 보이시다거나 오래 주무시고 계신 걸 본 적이 없는데, 최근에는 양수리 별장에서 서울 청담동까지 1시간 반 동안 자전거를 타고 오실 정도로 활동적이시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인 권 씨의 어머니는 매일같이 새벽 4시에 일어나 기도로 일상을 시작한다고 한다.
권 씨는 "어렸을 땐 춤에 빠졌으나 삼수 끝에 대학에 진학해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종횡무진 활동 중인 둘째(권순욱)나 14살 때 가수가 돼 대스타가 된 막내 '보아'도 이런 내력을 이어받은 것 같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진희 기자 vale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