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삼천리의 외국계 2대주주가 경영권 다툼으로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지분을 대거 처분했다. 우군이 될 것으로 보이던 2대주주측의 이탈로 소액주주측의 힘은 상당부분 약화될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국계 헤지펀드 바우포스트그룹은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23만3989주(5.77%)를 처분해 241억원을 현금화했다. 주당 평균 매도 가격은 10만3254원이다. 처분 후 바우포스트그룹이 보유 중인 삼천리 주식은 11만1322주(2.75%)로 줄었다.
바우포스트그룹은 주주제안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던 지난 16일 15만2513주를 주당 평균 10만7426원에 장내에서 매도했다. 당시 삼천리 주가가 10만8000원까지 치솟았다가 10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이에 앞서 바우포스트그룹은 지난달에도 10만주를 장내에서 처분했다. 당시 주가는 9만원대였다. 주주제안과 관계없이 투자 철수를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가려던 마당에 경영권 분쟁 덕에 바우포스트그룹은 주당 1만원 이상, 15억원 이상 현금을 더 챙긴 셈이다.
하지만 투자 원금에 비해서는 아직 손실 상태다. 지난 2004년 10월1일 주당 5만9577원에 7700주를 매수한 이후 꾸준히 지분을 늘려 2008년 4월에는 지분 13.24%(53만6919주)를 보유한 2대주주로 올라섰다. 총 투자금액은 586억3602만원.
바우포스트그룹이 지금까지 회수한 금액 444억1199만원이다. 아직 남아있는 주식 11만1322주를 전날 종가인 9만5900원으로 계산하면 106억7578만원어치가 된다. 7년여를 투자해 35억원 가량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바우포스트그룹의 대규모 주식 매각으로 소액주주측의 공세에도 힘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은 지난해 연말 기준이라 바우포스트그룹은 여전히 10.98% 지분을 행사하지만 이미 철수를 결정한 마당에 경영권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당 1만원 배당요구만 관철되면 대표이사 해임 등의 안건에 대해서는 무리할 이유가 없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현재 배당 요구와 함께 대표 이사 해임 및 추천 이사 선임을 요구하고 있는 공격자측은 약 9%가량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만득 회장 등 삼천리 경영진이 확보하고 있는 35% 지분을 감안하면 바우포스트측의 적극적 동참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야 다른 국내 기관투자가의 동참도 끌어들일 명분이 강화된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바우포스트그룹의 지분 매각으로 어긋나게 된 셈이다.
개인 투자자 강형국씨 등 소액주주들은 호주계 운용사 헌터홀 투자운용은 삼천리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표이사 해임과 이사 선임, 유상감자, 현금배당 주당 1만원 등 9건의 주주제안을 발의한 상태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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