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2008년 이후 촛불민심이 표출한 시민주권의식 및 정의에 대한 열망을 계승한다.'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의 강령·정강 전문에 명시된 내용이다. 4·19 혁명과 5·18 광주민주화 운동, 87년 6월 민주항쟁의 정신과 함께 '촛불 정신'을 민주당이 계승해야 할 정신으로 꼽고 있다. 이처럼 '촛불정신'을 계승한 민주당이 '촛불시민'과는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 있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19일 2008년 당시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모인 촛불선거대책위원회(촛불대책위)는 "민주당은 공천심사위원회를 재구성하라"고 촉구하며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촛불대책위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6일 촛불정신에 위배되는 인사들을 공심위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지만 한명숙 대표와 민주당은 묵묵부답"이라며 시위에 돌입했다.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서정씨는 이날 새벽 허재현 한겨레 기자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 '허재현의 현장일기'에 나와 "민주당은 당 강령에 명시되어 있는 '촛불시민의 정신'을 계승하라"고 촉구했다.
한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찬성하는 이들로 공심위가 구성됐다"며 "부적격 인사를 제외해 공심위를 재구성하고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이 공천심사 기준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난 16일에 한 대표에게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식서신을 전달하고 18일 오전 10시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미 FTA는 다른 문제와 달리 우리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이러한 현안이 해결되지 않은 채 이뤄지는 정권교체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권이양'에 불과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씨는 이날 방송에서 ▲토건세력과 한-미 FTA를 찬성하는 인사로 꾸려진 공심위 재구성 ▲'한-미 FTA 폐지'를 공천심사 기준으로 삼을 것 ▲야권단일화가 필요한 지역에는 전략공천 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 한씨는 "경찰이 날씨가 너무 추우니 민주당 당직자에게 텐트 치는 것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당직자가 '절대 안 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 당직자가 경찰에게 "천막을 치지 못하도록 막아달라"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씨는 "자신들이 설치하려 했던 천막은 2~3명이 겨우 들어가는 텐트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방송을 진행한 허재현 한겨레 기자는 "민주당이 한-미 FTA나 공심위 구성 등 여러 현안에 대해 시민들과 의견이 다를 수는 있다"면서도 "민주당이 시민들의 민심을 받아들이는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허 기자는 "적절한 수준의 사과가 필요하며, 민주통합당이 예전의 민주당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의 고위관계자는 이들의 시위에 대해 "공심위가 꾸려지기 전에 요구하셨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시민들의 모든 요구를 받아들여 당을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20일 오전 11시까지 한 대표 등 민주당의 공식답변이 없을 경우 민주당사 점거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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