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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또 오르니 발 아래 수묵화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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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대둔산 겨울산행

오르고 또 오르니 발 아래 수묵화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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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울퉁불퉁 근육질 암봉사이 나뭇가지에 꽃이 피었다. 빨강, 노랑, 분홍빛 오색꽃이 아닌 새하얀 백색꽃이다. 하늘아래 마천대도 낙조대도 칠성봉도 화려한 눈꽃을 피워 수묵화 한 폭을 뚝딱 그려낸다.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오르는 울긋불긋 등산객들이 회색빛 수묵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대둔산(大芚山, 해발 878m)에 간다. 겨울 설경을 만나기 위해서다. 오색단풍에 안긴 가을 대둔산이라 불리지만 발 아래 구름 깔고 눈을 이고 앉은 바위봉우리들을 보면 겨울 대둔산도 무시못할 풍광을 자랑한다.


대둔산은 전북 완주군과 충남 논산시ㆍ금산군과 접경을 이루고 있다. 정상인 마천대(878m)를 중심으로 산자락을 가득 메운 바위기둥이 죽순처럼 뾰족하다. 그 모양새가 마치 산수화 병풍을 펼쳐놓은 듯 신비롭다. 남한 땅에서 '소금강(小金剛)'으로 불리는 명산중에서도 으뜸으로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오르고 또 오르니 발 아래 수묵화로다 삼선계단

충남 금산 진산면에서 전북 완주 운주면을 잇는 배티재(해발 350m)에 이르자 순간 거대한 암릉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먼발치에서부터 험준한 산세의 암봉을 두르고 있는 산의 모습이 범상치 않다. 동쪽 사면을 따라 공룡의 등줄기처럼 이어진 암릉에는 잔설이 눈부시다.


대둔산의 첫인상은 웅장함과 아기자기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웅장하되 헐겁지 않고, 아기자기하지만 압도의 느낌도 전혀 잃지 않는다.

산행의 들머리는 대둔산 집단시설지구다. 이곳에 협곡(금강계곡)을 타고 오르는 케이블카(길이 927m)가 있다. 케이블카가 가파른 등산로의 절반쯤을 가뿐하게 접어준다.

오르고 또 오르니 발 아래 수묵화로다


산행길은 완주(3개)와 논산(2개), 금산(1개)을 모두 합쳐 6개 코스다. 이 중 케이블카매표소에서 동심바위로 올라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거쳐 마천대에 오르는길이 무난하다. 하산은 낙조대와 칠성봉, 용문굴을 돌아 다시 동심바위로 내려선다. 거리는 5km다. 초입부터 오르막이 부담스럽다면 케이블카를 타고 7부능선까지 올라 산행을 시작하는것도 방법이다.


매표소를 지나 협곡으로 들자 가파른 눈덮힌 돌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의 전승지였던 계곡은 소나무, 상수리나무, 개비자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가 눈밭에 빼곡하게 들어서 설산의 정취를 더해준다.


굽이굽이 가파른 등반로를 1시간쯤 오르자 눈을 머리에 이고 암봉에 걸터앉은 바위가 눈길을 잡는다. 동심바위다. 거대한 바위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비스듬히 아슬아슬한 모양새로 1000년을 넘게 버텼다. 신라시대 원효대사는 동심바위에 흠뻑 빠져 사흘을 머물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마지막 비탈을 차고 오르면 케이블카 종점이다. 여기서 철계단에 올라 암벽 틈새를 비집고 나가자 시야가 툭 터진다. 대둔산의 명물 금강구름다리 위로 삼선계단, 마천대가 아련하다. 거대한 암봉을 품은 산자락은 잔설에 덮여 장관을 연출한다.

오르고 또 오르니 발 아래 수묵화로다 대둔산의 명물 금강구름다리


마천대 오르는 길은 만만찮다. 정상까지는 700m로 짧은 편이지만 급하게 치솟은 오르막이다. 5분을 오르면 금강구름다리다.


눈을 뒤집어쓴 나무와 고풍스러운 청자처럼 깊은 맛이 나는 바위, 붉은 다리가 섞여 누구라도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튼튼해 보이는 다리지만 막상 걸어보면 고도감이 만만찮다. 1m 폭에 50m 길이, 80m 높이다. 가운데로 갈수록 다리가 기우뚱거린다.


사람들이 걸을 때마다 기우는 통에 '무서워서 못 가겠다'는 여성도 있지만 대부분은 즐거워한다. 다리 가운데에 서면 발아래 풍광이 아찔하다. 바람에 흔들거리기라도 하면 오금이 저린다.


다리 건너자 약수정휴게소가 반갑다. 잠시 발품을 쉬어 약차 한 잔으로 추위를 달랜다. 여기서 삼선계단은 지척이다.


삼선계단은 36m짜리 '수직 사다리'다. 폭이 좁고 경사(51도)가 심해 매달려 오른다. 127개의 계단도 만만찮다.

오르고 또 오르니 발 아래 수묵화로다


계단은 정상을 향할 때만 올라가게 돼 있는 일방통행길이다. 내려올 때는 다른 등산로를 이용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왜 그렇게 등산로를 조성했는지 짐작이 간다.


바위 벼랑을 이은 철계단 오르막인데 사다리처럼 가파르고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라 심장이 약한 등산객들은 아예 우회길을 택한다.


계단을 오르던 한 여성이 "엄마야!" 하고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이 덩달아 놀란다. 오른쪽을 보면 대둔산의 암봉들이 덮칠 듯 한 기세로 내려다본다. 울퉁불퉁한 근육처럼 튀어나온 바위들의 위세가 대단하다.


까짓것 무서워봤자 하고 들어선 등산객들도 동아줄처럼 흔들리는 철계단에 정신이 아찔하다. 난간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계단을 올라서면 묘한 전율이 몸을 휘감으며 짜릿한 쾌감이 온다.


삼선계단을 뒤로 하고 정상으로 향하는 길도 가파르다. 돌계단에 코를 박고 오른다. 장단지가 뻐근해질 즈음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향하면 마천대다. '하늘을 대하는 봉우리'라는 뜻이다. 정상에는 대둔산 개척 기념탑이 우뚝 솟아 있다.

오르고 또 오르니 발 아래 수묵화로다


마천대에 서면 시야에 거칠 게 없다. 모든 산봉우리를 눈 아래 둔다. 산기슭마다 설경을 탐하려는 등반객들도 깨알 같다.


마천대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잔설을 이고 있는 암봉들이 장엄하게 펼쳐지고 숲은 구름처럼 보인다. 멀리 눈을 들면 파도치는 연봉 사이로 덕유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마이산, 지리산까지 눈 안에 든다.


대부분 사람들은 여기서 올라왔던 길을 되밟아 케이블카로 내려간다. 겨울산을 좀 더 즐길려는 사람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능선을 밟아 낙조대로 향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둔산이 펼쳐진다. 적막이 감도는 숲의 풍경에 이제야 입산한 게 실감난다. 눈덮힌 산죽에 뽀드득 소리가 경쾌한 산길은 그야말로 겨울산행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낙조산장을 지나면 대둔산의 뒷모습인 낙조대다. 바위 줄기라곤 없는 순한 산등성이들이 낮게 엎드려있고 멀리 서해가 보인다. 바위산 이미지와 전혀 다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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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대에서 나와 능선 윗길을 따라 30분쯤 순한 오솔길을 걸으면 용문골과 만나는 갈림길이다. 15분 정도 조심조심 내려오면 용문굴과 칠성봉이다. 용이 이 돌문을 지나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있다. 승천할 때 별 일곱 개가 떨어져 칠성봉 바위가 됐다. 칠성봉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굴 위쪽에 있다.


전망대를 나와 10분쯤 내려가다 갈림길에서 왼쪽 사면 숲길을 이어가면 케이블카 정류소와 동심바위로 되돌아온다. 갈림길에서 케이블카쪽으로 가지 않고 계속 직진하면 신선암을 거쳐 용문골입구가 나온다.


완주=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경부선을 타고 가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추부IC를 나와 17번 국도를 타고 금산방면으로 간다. 복수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대둔산으로 가는길, 배티재를 넘으면 대둔산집단시설지구가 나온다. 천안ㆍ논산고속도로 논산IC에서 679번 지방도와 17번 국도를 따라가면 배티재가 나온다.


오르고 또 오르니 발 아래 수묵화로다

△먹거리=케이블카 매표소 인근에는 산채비빔밥과 파전, 인삼튀김 등을 내놓는 식당들이 많다. 그중 소문난 전주식당(063-263-9358), 전주고향식당(063-263-9151) 등이 잘한다. 봉동읍에 자리한 원조 할머니 국수집(063-261-2312)은 멸치로 맛을 낸 국수가 맛깔스럽다. 금산 추부면 추어탕거리에 있는 골목추어탕(041-752-5318)은 소문난 추어탕전문집(사진)이다. 국내산재료를 이용해 걸쭉하게 끓여내는 국물이 일품이다.


△볼거리=경천면 불명산에 터를 잡은 신라 천년고찰 화암사는 꼭 들러보자. 신인 안도현이 '잘 늙은 절'이라 표현한 것처럼 멋스럽다. 국내 유일의 하앙식 건축양식인 극락전과 우화루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상관면 공기마을은 한겨울에도 푸른 숲을 볼 수 있는 곳이다.10만그루의 편백나무가 야산을 가득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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