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므나강변 작은 촌락 한 움막집에, 그 집 빨랫줄 위로 옛날옛적 사랑 많이 받은 왕비의 화려한 무덤, 타즈마할 궁전이 원경으로 보입니다. 궁의 둥근 지붕이 거대한 비눗방울처럼, 분홍 엷은 나비처럼 아련하게 사뿐 얹혀 있고요 빨래가, 원색의 낡고 초라한 옷가지들이 젖어 축 처진 채 널려 있습니다.(......)
문인수
'인도소풍, 빨래궁전' 중에서
■ 프랑스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 속에서 나는 간간이 보이는 집들이 어찌 저리 아름답고 깨끗한가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삶의 궁상이 엿보이지 않는 저 외관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은 열심히 무엇인가를 감추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그들은 속속 들이 멋진 풍경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비닐 조각 하나 날리지 않고, 낡은 건물에서 생겨나는 균열이나 누추함 따위도 없단 말인가. 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선진국' 혹은 '고도의 문명국가'라는 말 속에 넣어둔채 그 풍경들을 지나갔습니다. 시인 문인수는 인도에서 타즈마할 궁전 부근의 빨래들을 눈부시게 바라봅니다. 옛 궁전은 죽음이어서 오히려 가볍고, 빨래는 삶이어서 무겁고 고단한 것을 봅니다. 인도는 굳이 낡고 초라한 옷가지를 숨기지 않고 궁전의 풍경과 함께 동거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시를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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