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판매목표 초과달성..두자릿수 해외 판매도 만족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700만대 목표, 출발이 좋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위축된 내수 판매치 보고에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유럽 경기 침체에 따른 여파로 자동차 내수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반응은 의외다.
3일 현대ㆍ기아차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달 말 열린 그룹 수출전략회의에서 각사별 1월 실적 보고를 받고 "올해 700만대 달성이 무난할 것 같다. 출발이 좋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1월 실적을 보면 정 회장의 발언은 이해하기 힘들다. 현대차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4만5186대를 판매했다. 전년동월대비 18.5%, 전월대비로는 22.8% 줄어든 수치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같은 달 보다 15.5% 감소한 3만4210대의 판매실적을 올리는데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이 회의에서 내수판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은 내부적으로 설정한 목표치를 상회하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세운 1월 국내 판매목표는 4만5000대, 기아차는 3만3000대다. 이를 감안할 때 현대차는 186대, 기아차는 1210대를 초과달성한 셈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설연휴 등으로 영업일수가 17일에 불과했다"면서 월별 실적으로는 지난해 1월과 비교할 때 떨어지지만 하루 평균 실적으로는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출을 포함한 해외 판매가 강세를 보인 점에 대해서도 정 회장은 흡족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지난달 수출규모는 27만657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8.2% 늘었다. 기아차 역시 17만6824대를 수출해 체면을 유지했다.
특히 전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시장에서 지난달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15% 증가한 4만2694대, 기아차는 27% 늘어난 3만5517대를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700만대 달성'을 언급한 것은 해외 판매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긍정적인 평가'에 대해 참석자들은 실적 뿐 아니라 2012년 첫달인 만큼 격려를 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한 참석자는 "1월이 이제 겨우 지났는데 올해 목표인 700만대 달성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나. '앞으로 더 잘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회의 말미에 "올해 목표 달성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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