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그리스 정부와 민간채권단이 26일(현지시간) 국채교환 협상을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채권단이 유럽중앙은행(ECB) 등 공적부문 채권단의 ‘기여’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26일 민간 채권단 협상대표들이 ECB등 공적부문 채권단들의 손실 분담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오후 8시 집무실에서 국제금융협회(IIF) 공동이사인 찰스 달라라와 장 르메이르 등 민간채권단 대표들과 만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26일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에 1300억 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합의했으며 민간채권단은 자발적인 국채 교환을 통해 2050억 유로 규모인 민간부문 보유 그리스 국채에 50%의 손실률을 적용해 장기채권으로 교환키로 했다. 이를 통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60%인 그리스 정부부채 비율을 2020년 120%로 낮춘다는 목표다.
그러나 그리스 경제가 더 악화되면서 계획대로 합의를 이행하더라도 애초 목표인 120%로 낮추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때문에 그리스의 채무상환능력 분석 결과 나올 부족분에 대해서는 구제금융 규모를 늘리거나 민간채권단이 더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그리스 정부는 만기가 도래하는 3월200일 이전에 145억유로의 국채를 상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과 2차 구제금융 지원 협상을 타결해야 하낟. 하지만 국채교환 협상에 민간채권단이 얼마나 참여할지는 부정적이다.
민간채권단은 교환 대상인 30년만기 장기국채에 대해 평균 4.25%의 금리를 제안했으나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23일 회의에서 이를 거부했다. 유로존 정부들의 입장은 2020년까지 3.5% 미만, 그 이후 4.0% 미만이다.
채권단 대표인 찰스 달라라 국제금융협회(IIF) 이사는 24일 “ECB와 IMF, 유럽 각국 정부 등 공적부문도 부담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민간채권단의 부담만으로 충분치 않다면 ECB 등 공공 부문도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고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역시 형평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민간채권단은 장기국채 금리를 3.75%로 더 낮춰 제안할 것이나 이는 ECB 등의 손실 분담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ECB는 여전히 손실 부담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ECB까지 개입할 경우 신뢰도 훼손은 물론 민간채권단의 책임 분담까지 희석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9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그리스 정부와 민간채권단 간의 협상에 ECB는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는 그리스 정부가 바라는 것과 달리 협상 타결까지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뜻한다.
죠반니 보씨 이탈리아 방카이피스 최고경영자는 “해결이 늦춰질 수록 유럽이 감내해야 할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며 특히 유로존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