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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만사소통 3부-적과의 동침’ 일 밤 11시 15분
발칙하고 발랄했다. “좌파 척결”을 기치 삼은 보수단체 ‘대한민국 어버이 연합’(이하 어버이 연합)과, 어버이 연합의 폭력성을 비판하며 만들어진 모임 ‘대한민국 자식 연합’(이하 자식 연합) 회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소통을 시도한 < SBS 스페셜 >의 기획은 주제만으로도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방송은 한국 전쟁에서 살아남고 젊은 시절 중동에서 일하며 7남매를 길러낸 산업 역군이 나이 들어 상처(喪妻) 후 경로당 대신 어버이 연합에 나가게 된 사연과 “우리(노인)한테 재정이 많이 들어가니까 자동차로 말하면 폐차할 때가 됐”다는 그의 말을 들려주며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주역이었던 세대가 느끼는 분노와 상실감을 조명했다. 어버이 연합의 80대 노인과 자식 연합의 30대 청년이 각자의 영역에 한 발씩 들여놓으며 친해지는 과정이 훈훈하게 느껴진 것은, 산업화를 일구어낸 주역이면서도 모든 공을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돌리고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버린 세대의 외로움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그동안 그만큼 드물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집단 간의 갈등이 1대 1 관계를 통한 친분 쌓기 만큼 쉽게 해결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어버이 연합 회원이 참여연대를 방문했을 때는 따뜻한 대화가 가능했지만 자식 연합 회원과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변호사는 어버이 연합을 위한 집시법 강연에서 험악한 분위기 가운데 “빨갱이”로 몰려 쫓겨났다. 82학번 동기인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조국 서울대 교수가 함께 찾은 여행지가 각각 박정희 생가와 한진중공업 투쟁 현장이었다는 사실은 동세대 안에서도 첨예하게 다른 정치적 입장 차가 존재함을 재확인시켰다. 이토록 골이 깊은 갈등을 향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모범답안일지 모르지만 너무 쉽게 쓴 답안이다. 혹은 첫 문장만 적어 제출한 답안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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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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