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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말 정부… 의욕과잉 검찰 잇단 기업총수 수사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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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공백 손실…경제 악영향 우려 목소리

임기말 정부… 의욕과잉 검찰 잇단 기업총수 수사 ‘데자뷰’ SK그룹은 검찰 수사에 따른 ‘경영공백’이 장기화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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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 수사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대기업들이 적지 않다. 대기업 총수 등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인의 죄목도 폭행, 횡령, 탈세 혐의 등 다채롭다. 수사결과 구속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때로는 오해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기업수사 과정에서 불거지는 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점에 있다.
단순히 최고경영자의 이미지 문제가 아니다. ‘경영공백’으로 인해 기업이 받는 타격이 예상외로 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그대로 기업 신인도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투자는 멈추고 활동은 축소된다. 매번 검찰수사마다 경영공백이 ‘화두’가 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검찰의 기업 수사에는 ‘운용의 묘(妙)가 필요하다’는 귀기울여 들을만 하다.



SK그룹은 지난해 말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구속된데 이어 최태원 회장마저 불구속 기소되면서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룹측은 최 회장의 경우, 기소유예 처분을 내심 기대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중희)는 지난 5일 최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최 부회장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최 회장 형제가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창업투자 출자금 명목으로 투자된 SK계열사 자금을 개인적인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하고 다시 다른 계열사 자금으로 충당하는 방법으로 회사자금 992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이 출자금으로 결성한 자금 가운데 750억원을 저축은행 예금 명목으로 담보를 제공하고 이를 개인적으로 대출받아 횡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SK그룹은 법정에서 무혐의를 입증한다고 벼르고 있지만 그룹사 내부에는 침울한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검찰의 대응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그렇다 치고 무엇보다 ‘경영공백’이 장기화 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 형제의 기소 이후 국내외 사업파트너들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며 “문제는 해외 바이어들이나 투자처들이 사업 지속성 여부를 또 다시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5월 3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한 혐의로 실형을 받은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은 구속 이후 그룹사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오리온측은 대외신인도 하락을 우려해 담 회장에 대한 말을 최대한 아꼈다. 그룹사는 담 회장의 구속을 예상치 못했으며, 해외시장 확대 등 모든 계획을 중단하며 은인자중하는 형국이다.


청부폭행으로 구속 기소된 피죤 이윤재 회장을 비롯해 1600억원대 횡령, 배임 혐의로 지난해 1월 구속된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등 일부 그룹 총수들이 구속되는 수모를 겪었다.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건도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이처럼 잇따라 그룹사들의 경영공백이 불거지면서 또 다시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마구잡이 떨어내기 수사에 볼멘 소리 커져
검찰은 이번 SK그룹 최 부회장 구속과 최 회장의 기소와 관련해 ‘경영 공백’ 등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수사를 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최 회장 불구속에 대해 검찰은 “SK그룹의 경제활동에 미칠 영향 등을 최대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혐의에 대해 확신하지만 경제적 영향 때문에 불구속 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최 부회장 구속으로 그룹의 한 축을 잃은 SK그룹의 경우, 최 회장 형제 모두 구속될 경우 사실상 ‘경영마비’상태가 될 수 있어 그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인 셈이다. 하지만 업계 분위기는 이와는 전혀 다르다. 경영공백에 대한 우려의 강도가 다르고 온도 차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지난 2일 검찰에 최 회장의 선처를 바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경영’에 차질 없도록 수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임기말 정부… 의욕과잉 검찰 잇단 기업총수 수사 ‘데자뷰’

이들 단체는 “최 회장은 경영자인 동시에 SK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위기로 어려운 상황에 재계 3위인 SK그룹의 최 회장이 검찰에 사법처리 되지 않도록 선처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검찰수사에 대해 재계는 큰 불만을 토로해왔다. SK를 비롯해 최근 그룹사들의 수사는 압수수색만 20~50차례, 소환조사만 600여명에 이를 정도였다. 이는 검찰이 그룹사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때 사실상 업무가 마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룹사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면 새로운 경영전략은 고사하고 모든 업무 자체가 마비된다”며 “무엇보다 그룹 수장(총수)이 구속 수사를 받게 되면 신규사업 등 전략 자체를 짤 수 없어 기업은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가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SK와 한화그룹의 경우, 검찰 수사 당시 큰 타격을 입었다. SK는 하이닉스반도체와 인수합병을 앞두고 있었고 한화는 한화증권과 푸르덴셜증권과 합병을 눈 앞에 둔 상황이었다.
실제 한화증권은 당시 금감원 심사를 받아 금융위원회의 승인 여부를 기다려야 할 시기였지만 검찰조사가 장기화 되면서 합병 작업에 아예 손댈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같은 수사 외적인 상황이 장기화되면 기업의 손해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는 것이 재계의 우려다. 물론 검찰측도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SK그룹 조사와 관련해 검찰은 이례적으로 불만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검찰은 ‘마구잡이식 수사’라는 재계 불만에 대해 SK사건 관련 표적수사 등 주장의 부당성’이라는 자료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자료에는 ‘표적수사, 장기간 수사, 먼지떨이식 수사, 기업활동 방해’등 4항목으로 나눠져 있다. 자료는 SK그룹 최 부회장 구속과 최 회장의 불구속에 대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 등 정상적인 수사 활동이었다”며 “지난해 9월 검찰 인사 후 사건을 특수1부에 재배당하고 기업활동과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해 관련자 소환은 자제하고 계좌추적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사에 나선 것도 지난해 11월8일로 SK그룹 본사 압수수색 이후 50여일에 부과했다”며 “최 회장 형제의 개인적인 금전 거래는 일절 수사하지 않았고, 총수 일가의 횡령 의혹과 관련 있는 곳만 계좌 추적을 해왔다”고 언급했다.


해당기업들 경영공백 최소화 안간 힘
기업들은 검찰수사를 접어두더라도 총수 부재시 일어날 수 있는 ‘경영공백’에 대해 큰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수사이후 구속 사태로 이어지면서 그룹 경영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던 것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SK그룹은 이번 검찰수사에도 불구하고 올해 경영전략을 공격적으로 짰다. 그동안 수많은 그룹 총수들이 검찰 수사를 받거나 구속 사태에 처했을때 여타 그룹들이 대처한 것과는 방식에 차이가 났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재계는 혹시 모를 ‘경영공백’에 대비한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SK그룹은 우선 19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투자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도 마무리했다. 이번 임원 인사는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유임해 공백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롭게 선임한 사장도 3명에 불과했다. 문종훈 SK M&C 사장과 김세대 워커힐 사장, 이문석 SK케미칼 그린케미칼부문 사장 등을 승진시켰다. 특히 주요 계열사로 꼽혔던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하이닉스 등의 사장단은 유임했다.


임기말 정부… 의욕과잉 검찰 잇단 기업총수 수사 ‘데자뷰’

국내는 물론 해외진출에도 속도를 높였다. SK차이나를 통해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과 중남미와 중동 동남아 등에서 사업기회를 탐색할 계획을 잡았다.
이 가운데 2조1000억원을 투자하는 해외 자원개발을 위해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 등에 담당 임원을 대거 늘렸다. 이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보다 수사의 장기화로 인한 경영 차질에 대비했다는 의미다. 그룹사 한 관계자는 “총수들의 공백은 투자의 ‘올스톱’을 의미하는데 SK행보를 보면 이번 사태를 최소화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테크원’ 비리와 관련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했다. 감사팀과 인사팀을 늘여 비리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삼성그룹은 당시 사건 이후 단순하게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의미 이상의 시스템적 대응을 해 눈길을 모았다. ‘경영공백’에 대응하는 매뉴얼도 이때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메뉴얼은 각 부문별 대표 신상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경영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그룹사들이 각 임원의 직함을 팀장, 실장으로 변경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임원 자체를 실무진으로 구성하면 만일의 사태에도 적극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논리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영공백은 기업에게는 큰 타격이다. 검찰 수사 등 신뢰도 문제도 크지만 총수가 자리를 비운 이후 기업차원에서 여러가지 진도를 나갈 수 없는 것이 기업으로서는 치명적 타격이 된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해 그룹사들이 다양한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귀띔했다.


검찰의 財界수사 ‘운용의 묘’가 없다
이번 SK사건은 검찰도 반박자료를 낼 정도로 크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그룹사를 수사하면서 크게 압박해왔다. 이번 SK를 비롯해 많은 그룹사들의 경우 수사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 방식은 기업에게는 큰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온다”며 “진실을 밝혀 처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기업이 받는 충격을 감안해야 된다”고 밝혔다.


비자금 조사를 받았던 한화그룹의 경우 6개월 동안 수사와 조사를 반복해 지나치다는 의견이 사회곳곳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내사 단계를 지나 압수수색, 수사 소환조사 단계로 이뤄지지만 그룹사 총수들을 반복적으로 소환조사하는 방법은 결국 총수를 떠나 기업 자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정황만으로 수사하는 방식은 이제 접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 모두 검찰이 기업수사에 나설때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최근 기업을 상대로 수사하는 방식을 지켜보면 정황을 잡고 총수를 부르고 압수수색을 하는 등 무차별적이면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총수의 비리 사실은 처벌 대상이지만 무엇보다 기업까지 치명타를 입히는 기존 방식에는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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