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고승덕 의원으로부터 "돈봉투를 돌려주고 난 직후 청와대 김효재 정무수석의 전화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면서 돈봉투 사건이 청와대까지 확산되고 있다.
고승덕 의원은 지난 8일 검찰 조사에서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대표 캠프측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받은 뒤 캠프측에 돌려줬으며 당시 캠프 상황실장을 맡았던 김효재 정무수석으로부터 "왜 돈을 돌려줬나"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고 의원은 "이 돈을 받는 것인 부적절한 것 같다"고 검찰에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석은 당시 현역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박 캠프 출범초기부터 합류해 상황실장으로서 공보, 일정, 메시지, 조직 등을 맡았다. 김 수석은 박 후보가 대표로 당선된 뒤에는 대표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검찰이 고 의원의 진술을 확보했다면 진위여부를 확인하기위해서라도 김 수석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 현역 청와대 정무수석이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검찰에 출두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된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박 의장과 김 수석에 대해 자진사퇴 후에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으라고 주장하고 있다.
돈봉투 전달자에 대한 검찰수사도 진전되고 있다. 11일 조사를 받은 박 의장 전 비서 고명진씨는 돈을 돌려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고 의원실에 돈을 전달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검찰은 돈 전달자로 지목된 '뿔테남'(검은 뿔테 안경을 쓴 30대 초중반의 남성)의 신원과 "다른 의원실에 돈봉투를 전달한 적이 있는지", "돈 심부름을 한 다른 사람을 아는지" 등에 대해 추가조사를 벌이고 있다.
고 씨와 함께 박 캠프에서 일한 안 모씨도 조사를 받았다. 안 씨는 이재오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2008년 전대 당시 박 캠프에서 일하며 서울지역 구 의원 5명에게 2000만 원을 주고 서울지역 당협 사무국장 30명에게 50만 원씩 나눠주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반적인 조사가 마무리되면 검찰은 18일 귀국 예정인 박희태 의장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입법부 수장인 점을 고려하면 박 의장이 검찰에 출석하는 것 대신 검사가 직접 박 의장을 방문해 조사하는 형식을 띨 가능성이 높다. 박 의장측은 "박 의장이 고 씨와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조기 귀국 여부에 대해서도 "의장은 순방 일정을 모두 소화한다는데 입장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돈봉투 사건이 2008년 전대 외에 2007년 전대 등 이전에서 있었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청와대까지 연루되고 있어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라며 "일각에서는 박 의장 등 돈봉투 연루자들이 법적책임과 별개로 정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홍준표 전 대표와 원희룡 의원이 주장한 2007년 대선후보 경선당시 돈살포의혹과 관련, 당시 박근혜 후보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사덕 의원은 12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그런 짓을 하자면 먼저 박 대표를 속여야 되는데 박 대표 생각대로 밀고 나가는 게 이기는 길이라고 믿었다"면서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전날 춘천을 축산농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여기 오셔서 그걸…. 아유 너무 하시네요"라고 했고 질문이 거듭되자 "제가 별로 얘기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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