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컨슈머리포트'가 어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스마트 컨슈머'란 이름으로 한국소비자원ㆍ식품의약품안전청 등 22개 기관 40개 사이트의 소비자 정보를 모아 만들었다. 기관별 사이트에 흩어져 있던 리콜ㆍ피해주의보ㆍ피해구제 정보 등을 업종ㆍ품목별로 분류해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걸음마 단계로 가격비교 사이트를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다. 국내에도 소비자종합정보망이 생긴 데 의미를 두겠지만 여러 면에서 진화해야 한다.
먼저 언제까지 공정위가 주도하느냐의 문제다. 상품비교 정보는 품목 선정과 공정성이 관건이다. 지금처럼 관이 주도해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물가 관리 등 정부 정책에 협조를 구하거나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 독립기관으로 이관ㆍ발전시키는 것이 옳다. 대기업과 독과점 기업의 힘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소비자 권익을 제대로 지켜낼 조직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현존하는 국내 소비자단체에 맡기긴 어려운 구조다. 많은 소비자단체들이 정부 용역을 받아 상품 조사를 대행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부는 소비자 보호보다 기업 협찬에 매달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내 소비자운동이 달라져야 한다. 단체장을 수십년째 직업처럼 맡는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미국의 '컨슈머리포트'가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76년째 매달 온ㆍ오프라인 잡지를 발간하는 소비자연맹은 철저하게 구독료와 회비로만 운영하는 비영리법인이다. 정부는 물론 광고주 입김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유료 독자만 720만명에 상품 테스트를 위해 연간 250억원을 쓸 정도로 재정 기반이 탄탄하다. 일본 도요타 렉서스의 대량 리콜을 이끌었고 애플 아이폰의 안테나 수신 불량을 찾아냈다.
소비자종합정보망은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ㆍ가격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평가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합리적 소비를 돕는 데 목적을 둔다. 스마트 컨슈머가 스마트해지려면 소비자의 적극적 참여와 지원은 필수다. 다음 사이트 개편 때 더욱 다양한 상품의 품질ㆍ가격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제공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쌍방향 의사소통망 구축을 서두르고 운영주체 개편작업도 진행해야 한다. 소비자종합정보망은 소비자다워야지, 정부다워서는 안착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