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인천광역시 10개 군ㆍ구 협의회의 군수, 시장들이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심각한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지방자치와 분권은 진전됐지만 지방재정은 오히려 뒷걸음질쳤다는 것이다. 인천시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37%, 최저 27%까지 떨어졌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30% 안팎의 재정자립도는 '자립도'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위험하고 불안한 수치다. 그런 재정으로 군ㆍ구의 살림살이를 견뎌내고 있는 것이 불가사의할 정도다. 지자체 재정이 어려운 것은 인천만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국적 현상이다. 지방재정의 평균 자립도는 1995년 63.5%에서 2011년 51.9%로 떨어졌다.
인천의 시장, 군수들이 말하듯 중앙정부가 재원을 움켜쥐고 일만 떠넘기는 식의 제도적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자체 내부에 도사리는 고질적 문제도 이에 못지않게 심각하다. 단체장이 공약 사업이라는 이유로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거나, 가용재원이나 사업성도 따지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다가 재정에 구멍을 낸 경우가 수두룩하다. 지자체마다 수천억원을 쏟아부어 지은 호화 청사, 대형 체육문화시설, 경전철 등이 좋은 사례다.
지자체의 무리수가 급기야 회계조작으로 이어졌다. 감사원은 어제 '지방재정 건전성 진단ㆍ점검' 결과 지자체의 분식결산 사례를 무더기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예산이 바닥나자 이를 숨기기 위해 예산 결산의 자료를 위조하기에 이른 것이다.
감사원이 검찰에 고발한 경기도 화성시의 경우 2009~2010 세입예산에서 2566억원을 부풀리고 2010년 세출예산에서 사업비 653억원을 누락했다. 이렇게 가용재원을 뻥튀기해 공약 사업을 벌이다 결손이 나자 흑자가 난 것처럼 결산서를 조작, 지방의회에 제출했다. 충남 천안시, 인천시도 부정한 수법으로 회계를 조작했다. 악덕 부실기업 뺨치는 회계부정이다.
2006년 일본에서 처음 파산을 선언한 홋카이도의 유바리(夕張)시는 반면교사다. 대규모 유원지와 호텔, 스키장 등에 과잉 투자해 예산이 바닥나자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결국 파산하는 비운을 맞았다. 회계조작을 서슴지 않는 지자체, 파산의 전주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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