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수십 군데 단위농협이 대출자에게 동의를 얻기는커녕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금리를 올려 이자를 받는 방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산금리'로 약정된 대출금리에서 CD 금리가 떨어지면 슬그머니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이었다. 지난해 10월 이런 방법으로 대출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과천농협이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자 농협중앙회가 급히 전국 단위농협을 대상으로 벌인 자체 감사에서 유사한 대출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된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12월 감사 결과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제출했고, 검찰은 이것을 근거로 수사에 들어갔다. 먼저 수사를 받은 과천농협은 47억원의 부당이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되어 지난주 열린 1심 재판에서 조합장 등 관련자 세 사람이 징역 8개월~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농협중앙회의 감사에서는 40여곳의 단위농협이 각각 1억원 이상, 그중 광주 비아농협을 비롯한 7곳이 각각 10억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올린 사실이 적발됐다고 한다. 이런 비리로 피해를 입은 대출자는 단위농협별로 최대 수천명, 관련 계좌는 최대 수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책임자급 관련자와 조직적 가담자를 가려내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일부 단위농협에서는 부당하게 올린 이익으로 적자를 흑자로 분식하는 회계조작을 하거나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한다. 농협의 주인이자 고객인 농민이나 농협을 믿고 거래해 온 서민으로서는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국내 농업에 타격을 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비준동의안이 지난해 11월 하순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최근 소값 폭락까지 겹쳐 농민들은 벼랑 끝으로 몰렸다. 서민들은 가계빚 부담과 고물가에 억눌려 질식하기 직전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을 상대로 사기나 다름없는 대출비리를 저지르고 성과급 잔치까지 벌였다니, 악질도 이런 악질이 없다.
우선은 검찰이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자세로 수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단위농협의 금융업무가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문제점에 대한 근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농협중앙회나 농림수산식품부에만 맡겨놓을 일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이 더 깊이 관여할 수 있는 단위농협 금융업무 감독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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