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민우 기자]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당 대표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즉각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긴급 진화에 나선 것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차떼기 정당'으로 낙인 찍히며 총선에서 참패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돈과 관련된 사안의 휘발성으로 인해 자칫 2004년의 망령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장 민주통합당은 "만사돈통(모든 일이 돈으로 통한다)"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도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전당대회 금품살포' 문제가 공개적으로 언급되면서 정국의 혼란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한나라당 황영철 대변인은 6일 '돈봉투' 의혹과 관련 "(당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돈봉투를 건넨 이는 누구?=현 시점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돈봉투를 건넨 이가 누구냐는 점이다.
고 의원이 지목한 돈봉투 살포의 장본인은 2008년 전대에서 당 대표로 당선된 박희태 국회의장과 2010년 전대에서 당선된 안상수 전 대표로 압축된다. 정몽준 전 대표는 박 의장의 사퇴로 경선없이 당 대표를 맡았고, 홍준표 전 대표에 대해선 고 의원이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이와관련, 모 언론은 5일 "박희태 대표가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돈봉투를 돌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정무수석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고 의원과는 18대 국회 들어 말 한 마디 해본 적이 없고, 눈길 한 번 나눈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당선된 2010년 전당대회 때는 금권선거 논란이 있었다. 당시 경선에 참여했다가 중도사퇴한 조전혁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호남 충청권지역의 대의원들이 대목을 맞았다는 얘기가 있다"며 돈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돈봉투의 당사자일 것이라는 얘기가 오갔다"고 전하기도 했다.
고의원은 왜 이 시점에서 폭로했을까?=또 다른 의문은 왜 하필 이 시점에 고 의원이 돈봉투 문제를 폭로했는지다. 당 일각에선 "고 의원의 위기감 때문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위의 '쇄신 드라이브'에 자칫 공천을 받지 못하는 사태를 대비했다는 것이다.
비대위 내부에서는 한나라당 기득권의 상징이자 텃밭인 서울 강남 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론이 득세하고 있다. 고 의원의 지역구는 서초을이다.
고 의원은 그러나 이같은 해석을 부인하고 있다. 고 의원은 "재창당 주장에 반대하면서 전당대회에 대한 후유증, 돈봉투의 쓴기억을 언급할 것일 뿐"이라며 "특정인을 겨냥한 폭로의 성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한나라당이 수사 의뢰한 이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해 6일 수사에 착수했다. 고 의원은 조만간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김효진 기자 hjn2529@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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