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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품은 입양아 9명 사랑 쏟으니 기쁨의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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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길-한연희 이 부부가 사는 법

"가슴에 품은 입양아 9명 사랑 쏟으니 기쁨의 열매” 유연길(오른쪽), 한연희씨 부부와 자녀들.[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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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분명 반이였다. 유연길(55), 한연희(54)씨 부부가 그랬다. 그들에게 ‘입양’이란 단어는 생소하기만 했다. 그런데 봉사활동 중 눈에 밟히는 아이가 있었다. 그래서 품었다. 생면부지 아이와 가족이 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번이 마지막, 다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자꾸 눈에 밟히는 아이가 생겼다. 품이 점점 커졌다. 첫 아이 입양후 20년이 흘렀다. 유씨 부부 가족은 어느새 12명으로 늘어났다. 입양아만 9명에 이르는 대가족이 된 것이다.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죠. 부대끼면서 사는거죠.”
아이들의 아버지 유연길씨가 내놓은 답변은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입양은 쉽지 않은 선택인 동시에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 그랬다. “똑같아요. 가족이란 서로 티격태격 하면서 정도 느끼고 사랑도 느끼고 그런 거죠.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고 생각하셨나보죠? 허허허.”


지난 14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에 위치한 유씨 부부의 집을 찾았다. 이들 부부는 이날도 아이들과 티격태격 하는 등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인터뷰 사이마다 유씨는 아이들에게 “숙제는 다 했느냐”, “학원은 언제가느냐”, “내일 시험인데 공부는 하지 않고 뭐하느냐”며 여느 아버지처럼 아이들에게 속사포를 쏘아댔다. 유씨는 잔뜩 무서운 얼굴 표정으로 아이들을 다그쳤지만 뒤돌아서면 항상 “이녀석들 아빠가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한아름 안고사는 듯 했다.

"가슴에 품은 입양아 9명 사랑 쏟으니 기쁨의 열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유씨는 그런 걱정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들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방 한쪽에 붙여놓은 장학증서를 가리키며 “저걸 보고 있으면 너무 기분이 좋아요”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각자 장단점이 있는 아이들이예요. 이 녀석들은 내가 없으면 안 되나봐요. 매일 자기 물건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거든요. 하하!”


요즘 이들 부부의 최대 고민은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과 어떻게 전쟁을 치러야할지로 모아지고 있다고 유씨가 귀띔한다. 잘못된 길을 갈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업이 끝나도 돌아오지 않을 경우, 근심걱정이 눈사람처럼 막 불어난다.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가 집에 안돌아오면 PC방을 뒤지곤 한다. 그러면 보통의 경우 아이를 찾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는다.


연애시절 입양 약속으로 시작된 인연
유씨와 한씨 부부가 가슴으로 품은 아이는 모두 아홉명이다. 배가 아파 낳은 유명곤(31)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입양한 아이들이다. 이 부부는 2005년 5월 KBS ‘인간극장’에 출연했었다. 당시 5명의 아이를 입양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TV방송까지 타게 된 것이다. 그후 6년이 흘러 올해 11월 25일 이 부부는 또 다시 ‘인간극장’에 출연했다. 방송이 나간 후 4명의 아이를 더 품에 안았다. 이들 부부는 6년전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5명의 아이들을 키운다는 것은 너무 힘들어요. 입양은 이제 그만해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유씨부부의 품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넓었다. “갈 곳이 없는 아이를 보면 눈에 밟혀서 못 돌아서겠다라고요.” 이들이 네명의 아이를 더 입양하면서 한 말이다.
이 처럼 유씨부부는 처음부터 입양을 계획했던 것은 전혀 아니었다. 결혼 전 연애할 당시 ‘약속’이 계기가 되기는 했다. 부인 한씨는 늘 입버릇 처럼 “자식 한 명은 낳고 한 명은 입양을 하자”고 남편에게 다짐해왔다.


"가슴에 품은 입양아 9명 사랑 쏟으니 기쁨의 열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지현 기자]


유씨의 답변은 간명했다. “한씨를 좋아했고 결혼을 위해서는 뭐든 해야 했죠. 그래서 그렇게 하겠다고 덜컥 약속부터 했죠. 결혼부터 하고 보자는 심산이었으니까요.”
한씨는 결혼 후 첫 아이를 낳고 남편에게 ‘입양’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에는 난리였죠. 말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만 본인 심정이야 오죽했겠어요. 설득하는데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한 씨의 끌질긴 설득 끝에 마침내 1990년 4월 첫 아이를 입양했다.


가슴으로 품었다고 하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다. 아이를 입양한 뒤 문제는 어떻게 키워야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즉, 아이에게 ‘입양’이라는 단어를 꺼내면서 시작될 여러 가지 걱정들이 자꾸 떠올랐다. 한씨는 이런 생각 자체가 입양을 막고 있는 것이라 단언했다.


“아이들에게 나이에 맞게 당당하게 말해줘요.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고등학교 때 그 상황에 맞게 ‘입양’에 대해 인지할 수 있도록 해줬죠.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잘 커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겠죠.”


두 번째 아이를 입양할 때는 유씨의 고민도 매우 컸다. 평소 자주 들렀던 고아원 출신의 한 여자 아이가 결혼 후 두 아이를 유씨와 한씨 부부에게 맡아달라고 부탁해왔다. 알코올 중독에 폭력을 쓰는 남편 밑에서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는 것이 이유였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국 유씨와 한씨는 아이를 맡았다. 유씨가 이 아이들을 맡기로 결정한 이유도 부인 한씨처럼 “눈에 밟혀서”였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이 두 아들은 장학금을 받고 비파 연주를 하고 미술을 공부하는 믿음직스런 청년으로 성장했다. 유씨 부부는 언젠가 아들이 출연하는 비파 연주 공연장을 찾은 적이 있다. 자신의 아이가 연주를 마치자 수많은 관람객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유씨는 이때 참으로 묘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뭐라할까요. 정말 느낌이 이상하더라고요. 아버지로서 기분을 넘어 내가 친아버지, 친어머니가 받을 기쁨을 대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기분도 좋지만 한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아이들의 친부모생각이 나서 그런것 같아요.”


입양은 자라온 환경 바꾸는 과정
부인 한씨가 처음 입양을 생각한 것은 1980년대 일이다. TV나 매스컴을 통해 외국으로 나가는 아이들 얘기를 접하고는 “나도 결혼하면 입양을 생각해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남편을 어렵사리 설득하고 입양을 했을 때는 본인 스스로도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남의 자식을 키우는 건데 어떻게 단번에 내 마음과 아이 마음이 일치할 수 있겠어요.”


한번은 거리감도 느꼈다고 했다. 아이가 간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남의 아이라는 느낌이 강해 내심 당황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이상했어요. 아이가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니 이 아이는 왜 엄마한테 먹어보라는 소리를 안 하지? 왜 혼자서 이렇게 행동을 하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죠. 허나 이런 상황은 살면서 바뀌어 나갔어요. 왜냐면 아이가 자라온 환경이 달라서였죠. 그 환경을 금세 바꿔버릴 순 없잖아요.”
이런 상황들은 결국 갈등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한씨는 이런과정은 당연히 겪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건 친자식도 마찬가지에요. 미워보이기 시작하면 누군들 안 밉겠어요? 생각을 바꿔 아, 배가 고팠구나. 그 동안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왔구나 라는 식으로 생각을 바꾼다면 갈등 자체도 금방 해소되지요.”


한씨가 말하는 ‘입양’은 ‘판타지’가 아니다. 현실이다. 사람들이 아이를 가슴에 품었다는 단어들이 희생과 사랑을 강요하고 화합을 의미한다고 믿고 있지만 결국 ‘현실’과 맞닥뜨리면 이런 생각들은 산산히 부서지기 마련이라는 얘기다.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현실이죠. 신경 쓰는 만큼 돈도 많이 들어가요. 이런 상황에 처하면 책임이 뒤따르는데 그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입양하는 사람들이 고민해야 할 과제죠.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바로 ‘기쁨’이에요. 그건 아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죠. 아이들에게 받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입니다.”


아이들의 알권리 위해 항상 공개입양
그래서 한씨는 항상 ‘공개입양’을 한다. 과거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생각이다.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까. 혹은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 때문이라도 공개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 것은 결국 버림받았다는 것인데요. 아이들도 알 권리가 있는 거죠. 스스로 알도록,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부모의 몫이죠. 그런데 사실 아이들도 바빠요. 학원가고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요. 자기 스스로 입양됐다고 고민에 사로잡힐 시간 조차 없는 것 같아요.”


한씨는 1999년 말 스티브 모리슨이라는 한 미국인을 만났다. 많은 한국아이들이 외국으로 입양돼 왔는데 이 시기에 한 외국언론에 그 문제가 빅이슈로 부각됐다는 것이다. ‘한국 아이 수출국’이라는 문제 제기와 함께 정치이슈로 변모했다는 얘기다. 자연스럽게 한국 아이들은 외국으로 입양나가는 사례가 줄어들었고, 스티브 모리슨이 걱정을 앞세워 한국을 찾았다.


“수많은 아이들이 외국으로 나갔는데 이 시기에 갑자기 그것이 중단되면서 스티브 모리슨씨도 걱정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는 결국 그 많은 아이들이 갈 데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한국을 찾았고 저에게 입양을 도와줄 수 있는 단체를 만들 것을 권유했죠.”


모리슨씨가 한씨에게 권유한 것은 입양홍보회다. 모리슨은 공개 입양을 하는 가정을 만들고, 입양을 사회적으로 제도화하기를 원했다. 한 씨는 이를 단번에 거절했다. 그런 단체를 해본 적도 없고, 현재 아이들을 키우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모리슨씨는 우리가 하지 않으면 한국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며 끈질기게 설득했어요. 그리고 그것을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지요.” 한씨는 결국 2000년 사단법인 한국입양홍보회를 설립했다. 단체는 입양 가족과 아이들을 연결해주는 곳이다. 지금까지 1500여 가정을 소개했다.


“단체를 설립하고 보니 바람직한 입양이 필요했죠. 그 가운데 첫 번째가 공개입양이었어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입양이라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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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는 입양이 삶의 ‘화두’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입양을 삶의 무게로 보기 때문이란다. 각각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서로 다른 삶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유씨 부부는 아이들이 잘 자라 엄마 아빠가 가진 유산을 물려받았으면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아빠와 엄마가 나눠줄 유산은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절대 하찮은 생명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셈입니다. 누군가가 간절하게 필요하면 손을 뻗으라고 말이죠. 두렵겠지만 이겨내라고 말을 건네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물었다. “또 입양하겠냐”고. “싫어요. 그런데 어떤 아이가 자꾸 눈에 밟히면 모르겠어요. 또 우리 식구로 맞아들일지….” 이 부부의 살아가는 이야기는 그 자체가 한편의 드라마였다.


이코노믹 리뷰 최재영 기자 som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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