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 20일(현지시간)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에디완 프라보워 인도네시아 방산시설청장과 악수를 한 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대표는 그제서야 기쁨의 미소를 환하게 지었다.
당초 11월말로 예상했던 최종 계약 체결 일정이 20여일을 넘어서면서 내년 초까지 지연될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나왔다. 남 대표도 확실하다는 직원들의 말을 전해듣고 인도네시아 출장에 올랐으나, 협상은 언제라도 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그가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잠수함 수출. 1400t 규모의 잠수함 3척을 건조하는 약 1조3000억원(미화 약 11억달러)에 달하는, 역대 단일 방산수출 계약으로는 최고액이다. 계약서를 손에 든 이날, 남 대표는 아마도 "아픈 이가 빠진 것처럼" 속이 시원했을 것이다. 지난 2006년 1월 한국 정부가 인도네시아측에 잠수함 수출을 제의하면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한 뒤 두 달 뒤에 남 대표가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 사업은 남 대표가 맡은 첫 대형 프로젝트였다.
대우조선해양은 잠수함 사업의 해외진출을 추진키로 하고 2003년 인도네시아 해군 잠수함 창정비 사업, 2004년 성능개선사업 등을 수주하며 성과를 거뒀다. 물론 남 대표도 이들 사업에 관여했다. 덕분에 잠수함 수주 활동에 있어서는 절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달고 나니 자리의 무게감은 훨씬 컸다. 처음이자 워낙 큰 계약이니 사업이 무산되면 회사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최고경영자(CEO)의 경력에 흠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따내야만 하는 계약이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소문이 돌면서 독일, 일본 등 잠수함을 건조하는 각국 정부들도 동남아 국가들을 돌며 영업을 펼쳤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대내외 정치ㆍ경제적 상황이 급변하면서 사업을 빠르게 진행해 나가지 못했다.
이렇게 보낸 시간이 5년이었다. 틈만 나면 남 대표를 비롯한 회사 임직원들은 자카르타 현지로 날아가 군ㆍ정부 관계자들을 만나고 설득했다. 회사 관계자는 "밝힐 수는 없지만 내부적으로 대화가 중단될 뻔한 상황이 여러번 발생했을 만큼 고비가 많았다"며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제시하며 그들을 설득해 나가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루한 경쟁의 연속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경쟁사들이 하나씩 수주를 포기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승리 가능성이 커졌고, 결국 이번에 최종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잠수함은 약 61.3m의 전장(LOA)에 40명의 승조원이 탑승 가능하다. 또한 각종 어뢰, 기뢰, 유도탄 등을 발사할 수 있는 8개의 발사관 등으로 무장한 잠수함으로써 대우조선해양은 앞으로 3척 모두 2018년 상반기까지 인도네시아 해군 측에 인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대한민국이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 기존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잠수함 기술 강국임을 입증했다"고 소감을 전한 남 대표는 곧바로 다음 잠수함 수출을 위한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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