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EU 정상회담 : 돈을 찍어내기 위한 정치적 명분, 얼마나 성공했나?

시계아이콘03분 03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유럽연합 정상회담은 이틀간의 회담 끝에 가맹 27개국 가운데 적어도 23개국이 참여하는 새로운 재정협약(fiscal pact)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이 협약이 대변하는 유럽 각국의 '정치적 의지'는 유로화 존속과 유럽의 통합이며 '재정 연방주의'(Fiscal Federalism)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이루어졌고, 무엇이 남았는지 문답 형식으로 알아본다.


▲ 신재정협약, 누가 참여하나?
- 유로존 17개국 전체와 덴마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그리고 불가리아까지 현재로서는 23개국이 이 협약에 참여한다. 위의 6개 국가는 궁극적으로는 유로화를 자국 통화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새로운 협약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하다.

▲ 누가 빠지나?
- 영국과 헝가리는 명확하게 반대의사를 밝혔다. 반면 스웨덴과 체코는 의회에서 더 논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아직 여지를 남겨두었다. 또 헝가리도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을 협상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반대하고 있지만, 추후에는 참여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유럽연합 27개 국가 가운데 영국을 제외한 26개국이 모두 이 협약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왜 유럽에 새로운 조약이 필요한가?
- 지난 2년 동안 유로화 붕괴 위기에 시달려온 독일과 프랑스는 조약에 명기된 강력한 재정 규제만이 금융시장에 국채 상환을 확신시켜 줄 수 있을 것이며, 다시는 이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 새 재정협약은 어떻게 진행되나?
- 이번 유럽연합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바로는, 이 협약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각기 자국내 헌법에 '부채 방지 조항'(debt brake)을 명문화해야 한다. 이 부채방지 조항은 각국이 국내총생산의 0.5% 이하로 재정 적자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예외적인 상황이거나 불황 때만이 이 적자폭 상한선을 넘기는 것이 허용된다. 협정 참여국가가 부채방지 조항을 위반할 시에는 유럽사법재판소가 개입한다. 또 참여 국가는 다른 국가들에게 얼마만큼의 국채를 발행할 것인지 사전에 통보해야 한다.


▲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럽안정기구(European Stability Mechanism)는 어떻게 되나?
- EFSF는 처음부터 2012년 말까지만 운용키로 한 한시적인 기구로 출발한 것이었다. 이에 반해 ESM은 영구적인 구제금융 기구이다. 유럽의 자체적인 IMF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합의에 따르면 EFSF는 2013년 말까지 운용되고, ESM은 당초 계획보다 1년 빠른 2012년 7월부터 가동된다. 즉, 적어도 1년6개월 동안은 두 기구가 동시에 운용될 예정이다. 또 법적인 성격도 EFSF는 각국 정부가 출연한 자금으로 운용되기는 하지만 '민간회사'(private company)였던데 반해, ESM은 정부가 책임을 지며 유럽중앙은행(ECB)이 관리를 맡는 준정부기관적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시장의 신뢰를 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유럽 국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 ESM의 운용 방식은 비상시에 주주들의 85%의 찬성으로 각국에 구제금융을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는 만장일치제였던 EFSF와는 달리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구조이다.


- ESM 운용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EFSF와는 달리, 은행 등의 민간부문의 손실을 강제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7월 EFSF 설립 뒤 그리스 국채에 대한 원금탕감(haircut)을 결정하면서 민간참여(PSI)를 강제한 것이 유로화 위기를 부추겼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였다. 이번에는 이런 요소를 없애 민간 자본이 유럽 국가 국채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즉 은행은 국채에 투자해도 원금은 잃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했다.


▲ 이번 회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어떤 것들인가?
- 유로존 부채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방화벽이 필요한지 그 규모를 결정하지 못했다. 현재 ESM의 규모는 5000억 유로로 한정되어 있지만, 시장에서는 최소 1.5조-2조 유로가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ECB의 은행채 매입 등 새로운 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이 액수는 가변적이다. 유럽 각국은 오는 3월 다시 회담을 갖고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것이다. 독일이 반대하고 있는 ESM의 은행화 방안이 실현되면, ESM이 지원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그 몇배로 늘어날 수도 있다.


- 이번 협약에 참여한 국가들은 ECB가 부실 남유럽 국가의 국채 매입을 확대할 수 있는지 명확한 시그널을 주지는 않았다. 이 부분이 금융시장에서 가장 원하는 사항이었지만, ECB도 유럽연합 정상회담도 이 점을 명확하게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는 '원칙'의 차이라기 보다는 '전략적 유보'라고 보아야 한다. 만일 ECB의 국채 매입 사인이 내려진다면, 이탈리아나 스페인 같은 국가가 굳이 주권 침해의 우려와 국내적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이 협약에 참여할 유인이 줄어든다. 이른바 '코를 꿰기'(co-opt)위한 협상 카드로 보는 것이 맞다.


- 이번 협약은 유럽조약(마스트리히트 조약)을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 국가들 사이에 '정부간 협약'(intragovernmental pact)을 맺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유럽 집행위원회 등 유럽 차원의 행정기구와 사법재판소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즉 법적, 제도적인 장벽은 많이 남아있다.


▲ 이번 협약이 제대로 통할까? 부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했다. 시장의 관심은 정상회담 자체가 아니라, 이번 회담이 ECB가 국채 매입을 할 명분을 얼마나 주느냐에 달려있었다. 그런 점에서는 3/4의 성공이다.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유로화 구제에 동의한 셈이고 이는 '하나의 유럽, 하나의 통화'라는 결속력을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정치적 결의가 조약 수정이라는 법제화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아직도 각국이 국내에서의 추인 과정을 거쳐야 된다는 점에서는 유보적이다. 그러나 위기 때에는 몸집을 불리고, 돈을 찍어내야 한다는 원칙은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세계 최대의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는 '실패'라고 주장한 반면에 유럽과 미국의 주식시장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의 국채는 모두 가격이 하락했다. 달러화 등 주요국 통화를 상대로 한 유로화 환율은 큰 변동이 없었다. 지난 몇차례의 유럽연합 정상회담의 말과 행동이 달랐다는 경험 때문에 시장은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유로화 붕괴' 공포는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디폴트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 교훈은 무엇인가?
- 빚이 많으면 주권을 포기하면 된다. 사채업자에게 신체포기각서를 쓰는 것과 유사하다.




이공순 기자 cpe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