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바야흐로 대한민국 음악계는 오디션 세상이다. 올해로 시즌 3에 접어들며 그 이름 자체가 오디션 프로그램의 신화가 된 '슈퍼스타K'가 그 발원지다. 슈퍼스타K의 엄청난 화제성에 기겁한 공중파는 이를 충실하게 벤치마킹한 '위대한 탄생'을 재빨리 론칭했다. 또한 올 초 한국을 뜨겁게 달군 '나는가수다'와 '불후의 명곡 시즌 2'도 기성 가수들의 서바이벌 구조로 진행되는 '변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다. 지난 10월에 종영한 'TOP밴드'(이하 톱밴드)를 하나 더 추가하자. 아마추어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인 톱밴드는 방송 내내 줄곧 한 자리 수 시청률에 머무르며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과거 공중파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밴드 음악의 색다른 매력을 전하며 적잖은 마니아들을 양산하는데 성공했다.
톱밴드 인기의 중심에는 아이돌 밴드 '톡식'과 혼성 3인조 'POE'가 있다. 700:1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1, 2위를 차지한 톡식과 POE는 톱밴드에서의 영광을 뒤로 하고 꿈에도 그리던 뮤지션으로서의 치열한 삶을 준비하고 있다. 아깝게 우승은 아이돌 밴드 톡식에 넘겨줬지만, POE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오히려 더 커졌다. 물렁곈(보컬,피아노), 킬(베이스), 이현도(드럼)로 구성된 POE는 196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브리티시 록에 동양적인 정서를 가미한 밴드 음악을 통해 아마추어 밴드의 풋풋한 매력을 제대로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직은 낯선 얼굴, 그러나 꼭 기억해야 할 세 사람. POE에 대해서 알아본다.
POE 1, 물렁곈
나는_'물렁물렁 외계인'의 준말이다. POE의 모든 노래의 작사, 작곡, 편곡에 보컬과 피아노 연주까지 맡고 있다.
POE_'포'라고 읽으면 된다. 아무런 의미도 없다. POE의 음악은 이해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달려있으며, 그제서야 음악을 완성된다는 것을 대변하는 작명이다.
음악_장르를 구별하는 자체가 무의미하지만, 리드 기타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피아노 중심의 피아노 록이다. POE의 음악을 대개 퇴폐적이고 우울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긍정적인 성격이다.
톱밴드_TV 출연 이후 공연장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건 즐겁지만,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불편하다. 음악을 할 수 있는 외적 환경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
롤모델_피아노만으로도 '록킹'한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 클래시컬 피아노만 보다가 발 하나를 올려서 손 두 개와 함께 피아노를 부수며 연주하는 리틀 리처드의 클립에 충격을 받았다. 음악적인 뿌리는 비틀즈다. POE는 '브리티시 인베이젼 British Invasion' 이전인 1960년대 외부에서 유입된 공기를 마신 영국 청년들의 자유로운 브리티시 록 사운드를 추구한다.
POE 2, 킬
나는_성이 길이다. 여권에 영문 이름이 'KIL'로 되어 있는데, 강렬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POE_베이스 기타와 '드립'이 전공이다. 다른 팀에서 기타와 보컬, 작곡을 맡고 있다가 '물렁곈'의 제의를 받고 POE에 합류했다.
음악_기타가 없이 피아노와 베이스만으로 강렬한 록 사운드를 구현한다.
톱밴드_뒤늦게 합류해서 정작 나는 출연은 많이 못했다. 홍대 앞이나 낙원동 악기상가에 가면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서 신기하다. 24, 25일 양일간 'POE의 낯선 크리스마스 콘서트'라는 이름의 첫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느라 지금 완전히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다.
롤모델_제프 버클리와 '너바나'. 둘 다 요절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실제로 공연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다. 둘 다 영혼을 담아서 노래하는 사람들로, 특히 제프 버클리가 그렇다. 좋아하는 밴드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이들이 내 정신 세계의 기초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혼의 울림을 들었다고 해야 할까? 그들처럼 나도 오늘 죽을 것처럼 살고, 오늘 평생 살 것처럼 여기며 산다.
POE 3, 이현도
나는_본명이다. 예전에는 '기가 센 (현)도'라는 뜻의 '센도(Sendo)'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POE_물렁곈이 접근해서 팀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꼬셨다'. 가장 먼저 키를 물어봐서 이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멤버 뽑는 1차 기준이 키였다.(웃음)
음악_우울할수록 좋은 영감과 좋은 음악이 나온다. 원래 과도하게 진지해서 우울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개인적 경험이나 과거 밴드 활동을 할 때 느꼈던 아픔들을 드럼에 실으려고 한다. 이후에는 드럼으로 사랑 고백도 해보려고 한다.
톱밴드_인지도가 많이 올라갔지만 주말을 제외한 평일 클럽 공연은 여전히 많이 안 찬다. 하지만 관객 한 명 없이도 공연한 적이 많아서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
롤모델_연주적인 부분은 '드림씨어터', 감성적인 부분은 얼 클루에게 영향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 드림씨어터를 전축으로 처음 듣자마자 카피하기 시작했다. 화려함과 정갈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사진_이준구(A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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