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증권사들 경쟁과열···역마진 상품 내놔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원금보장 ELS에 편입되는 적립금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시장이 왜곡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이 원금보장 주식연계증권(ELS)으로 쏠리고 있다. 증권업계 내부에서는 퇴직연금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운용의 안전성과 수익성을 모두 강조하다 보니 일부 원금보장 ELS는 역마진 경쟁이 벌이진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0월말 현재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39조1892억원으로 그 가운데 2조5024억원(비중 6.4%)이 원리금보장 ELS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월 2조3888억원(6.3%)보다 1000억원 가량 늘었다.
2조5024억원 가운데 증권사가 2조3544억원을 원금보장 ELS로 운용하고 있다. 사실상 퇴직연금 전용 원금보장 ELS상품을 증권사가 발행하고, 자사 ELS를 사들이는 식이다. 나머지는 은행(129억원)과 생명보험사(215억원)가 나눠 갖고 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원금보장형 ELS는 은행과 증권사가 경쟁하는 과정에서 은행의 예금에 대응해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증권사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장기적으로 운용해야 할 퇴직연금을 길어야 만기 3년 이내의 원금보장 ELS에 지나치게 많이 투입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퇴직연금의 일부를 금리가 낮은 원금보장 상품으로 운용하고, 나머지를 고위험 고수익의 실적배당 상품에 투자하는 '진검승부'를 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 대형증권사 퇴직연금 담당자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원금보장이 가능한 단기 상품을 주로 이용하면서도 금리를 과도하게 높여주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수수료를 낮춰 금리를 더 얹어주면서 역마진이 발생해 퇴직연금 시장이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퇴직연금 사업자에 대한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퇴직연금에 자사 상품을 70% 이상 담지 못하는 '70%룰'을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 규제를 적용하면 퇴직연금 사업자가 고금리로 상품을 만들 경우 다른 경쟁사에서도 해당 상품을 사가야 하기 때문에 역마진을 감수하고 고금리 상품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산시스템을 정비하는데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해 당분간 과당경쟁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뿐 아니라 은행과 보험 등 모든 퇴직연금 사업자 간 공동전산망을 구축하는데 수개월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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