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88올림픽 다음 해인 1989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우지(牛脂) 파동' 사건이 있었다. 한 식품회사가 라면을 만드는 과정에서 식용이 아닌 공업용 소기름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급기야 소송으로 이어졌고, 8년 가까운 지루한 법정공방 끝에 '무죄' 판결이 내려지며 사건은 일단락 됐다.
세간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재판에서 '기술증인'으로 나선 사람이 있다. 기술증인은 어떤 한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법정에서 판검사와 변호사의 이해를 돕기위해 증언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국내 최고의 유지(油脂)화학 전문가인 윤석후 박사(사진ㆍ59)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대에서 농화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거쳐 지난 9월부터 한국식품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우리 식품 산업의 발전을 선도하는 연구기관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햇반', '여명808' 등 히트 상품들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윤 원장은 유지생명공학 분야에서 국내에선 독보적인 존재감을 갖고 있다. 이 분야에서 수상한 상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고,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가 발행하는 '마르퀴즈 후즈 후 인 아시아' 2012년 판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국제생물촉매생물공학회(ISBAB) 부회장이며, 지난 3월엔 유지생명공학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ISBAB 2011 Fellow(석좌회원)'로 선정됐다. 이같은 이력이 그의 명성을 대변한다.
이런 그에게 또 다른 전문 분야가 있다. 바로 미식축구다. 현재 그는 스포츠채널에서 미식축구 해설위원을 맡고 있다. 미식축구 시즌인 매년 9월에서 이듬해 1월까지는 정기적으로 방송을 한다. 방송으로 얻은 수입은 전액 대한미식축구협회에 기부하고 있다.
윤 원장이 미식축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 시절이다. 서울대 73학번인 그는 3월1일 입학 후 바로 다음날인 2일 선배의 권유로 학교 미식축구부에 가입했다. 이후 미식축구에 흠뻑 빠져 들었고, 국내 대학선발팀 주장을 맡아 국제경기에도 출전했다. 대학원 시절엔 국제심판 자격증까지 땄다.
윤 원장은 본업이 있는 터라 KIST에 근무할 당시에는 미식축구 행정가로 나섰다. 대한미식축구협회 전무이사(1986~1997)와 서울미식축구협회장(2000~2003)을 거쳐 지금은 대한미식축구협회 국제담당 이사를 맡고 있다.
그가 미식축구 해설을 하기 시작한 건 1993년부터다. 내년이면 해설을 시작한 지 20년째로 접어든다. 국내에 미식축구 해설을 하는 사람은 단 두 명. 윤 원장이 방송의 95% 이상을 진행한다. 미식축구 분야에서도 국내 최고의 전문가인 셈이다. 윤 원장은 "미식축구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아 현재는 식품연구에 몰두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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