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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내팽개친 필드의 ‘파우스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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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민선의 골프 뒷담화 ④ 알까기·스코어조작… 떨칠 수 없는 치명적 유혹

양심 내팽개친 필드의 ‘파우스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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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라운딩을 하다보면 가끔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필드에서 늘 내기를 하는 4명의 골퍼가 아침 일찍 골프장에 나갔다. 아침 안개가 끼어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캐디의 재촉으로 어쩔 수 없이 티샷을 치고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각자 공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고 찾은 사람 모두 두 번째 샷을 치고 그린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그린에 있는 공은 단 3개.


한 명의 공을 그린에서 찾아 볼 수 없었기에 모두들 그린에서 나와 친구의 공을 찾아주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 타, 한 타가 돈이므로 공을 꼭 찾아야 했지만 자욱하게 낀 안개 때문에 공이 날아가는 것을 볼 수가 없어 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한 사람이 “공을 찾았다”며 러프에서 공을 쳐 내고는 그린 위로 올라왔다.

모두가 온그린을 했으니 가장 먼 거리에 있는 골퍼가 준비를 했고 핀을 잡기 위해 캐디가 홀컵에서 핀을 뽑으려는 순간 “ 어머나! 공 하나가 홀 컵 안에 있어요!”라며 놀란 표정으로 공을 주워들었다. 갑자기 싸늘해진 분위기. 어떻게 공이 홀컵에 있었을까? 네 명 중 한 사람이 홀 안에 자기 공이 들어간 줄 모르고 주머니에서 하나를 슬쩍 꺼내 치다가 바로 딱 걸린 것이다.


알까기 가운데 최악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잃어버린 공을 찾은 척 하면서 주머니에 있던 공을 슬쩍 내놓고 그냥 플레이를 하는 것을 골프세계에서는 ‘알까기’라고 부른다. 앞 팀에서 홀 아웃을 하고 공을 안 집어 갔다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18홀 내내 4명의 골퍼는 서로 찜찜하고 어색한 라운딩을 마쳤다고 한다. 물론 알까기의 장본인은 그 후 모임에서 제명을 당한 것은 물론 어느 누구도 그를 다시는 골프 동반자로 초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황당한 에피소드는 듣는 사람에게는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실제 시합을 하고 있거나 내기를 하는 골퍼 입장에서는 느낌이 남다를수 밖에 없다. 개연성은 적지 않으나 확인이 쉽지 않은 유사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일들은 프로의 세계에서도 종종 목격된다. 1988년 6월 쾌남오픈에서 3명의 프로가 스코어를 조작하다 실격 처리돼 당시 일간지에 기사화된 케이스도 있다. 한국 뿐 아니라 가까운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스코어를 조작한 프로골퍼가 5년의 출장 정지와 200만엔을 페널티로 내고 근신한다는 기사가 실린 것은 2006년 9월로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게다가 세계적인 프로골퍼 비제이싱 또한 1985년 아시아 투어에서 스코어 조작으로 2년간 출장 정지를 당한 적이 있다. 본인은 절대 그런 적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당시 아시아투어측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정해 결국 비제이싱 이름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사례는 더 있다. 2005년 콜린 몽고메리선수는 인도네시아의 한 시합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갑자기 내린 비로 인해 경기가 일시 중단돼 공을 마크하고 집은 후 클럽하우스로 들어가 대기 하고 있다 비가 멈춰 다시 코스로 나와 볼을 마크한 장소에 리플레이스를 하는 과정에서 원래 자리보다 더 좋은 곳에 공이 놓인 것이 뒤늦게 적발됐기 때문이다.


콜린은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뗐지만 TV카메라에 녹화된 증거 자료 앞에서는 고개를 푹 숙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콜린은 실격 처리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상금을 기부하면서 사태를 조용히 마무리했던 것이다.


확률적으로 본다면 과거 보다는 요즘들어서 시합때 스코어를 속이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카메라가 두눈을 뜨고 사방 곳곳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갤러리들 역시 관전자인 동시에 감시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사방에 감시의 눈이 있다고 해도 스코어 조작이나 알까기는 여전히 살아 꿈틀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미주J일보에 게재된 황당 기사는 골프와 양심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안겨주기도 했다. “완전범죄는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기억된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 LPGA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한 명이 시합 중에 친 공이 오비(OB)가 나자 갤러리를 따라 다니던 그 선수의 아버지가 일명 알까기를 해 주었다는 의심으로 물의를 빚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그 후 그 선수는 다른 선수들에게 왕따를 당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지난 해 8월 캐나디언 오픈에서는 J선수와 A선수가 시합 중에 공이 바뀐 채 라운딩을 하다가 뒤늦게 실격을 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본인들은 끝까지 입을 다물고 넘어가려 했으나 그들의 캐디가 양심선언을 하는 바람에 들통이 났다. 두 사람은 다음날 스스로의 실수를 인정하고 무릎을 꿇었지만 국제적인 망신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런 사고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이 가능한 상황이 자꾸 만들어지는 것을 어찌하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이번에만 잘하면 우승이 눈앞에 보이기에, 한 타만 덜 치면 입상을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누구나 그 같은 악마의 유혹에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흔들림은 누구에게나 있으며, 인간이기에 그런 유혹에 넘어갈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되는 것이 룰이며 골프라는 운동에 대한, 스포츠에 대한 예의라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갖는다면 자신에게 떳떳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프로 또한 인간이기에 마음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프로이기에 더욱 그런 행동은 용서받지 못하는 것일 따름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지 않는 선수에게 피해를 입히고 경기를 지켜보는 갤러리나 팬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무례를 범한다는 점을 반드시 떠올려야 한다. 이런 글을 쓰면서도 내심 마음이 편치는 않다. 앞서 거론된 사례에 등장하는 선수들을 잘 알 뿐 아니라 프로선수들의 고충과 괴로움을 어느 누구보다 이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저를 포함해 골프 라운딩을 해본 사람들이 단 한 번도 스코어를 속인 적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좋지 않은 위치에 있는 공을 아이언으로 슬쩍 건드려 치기 좋은 곳에 밀어넣거나 한 두개 정도 타수를 줄이는 정도는 골프를 쳐본 사람이라면 애교라고 할 정도로 흔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이는 유일하게 성적을 속일 수 있는 운동이 골프라서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적을 떠나 내가 즐기는 것이 우선이 되고 내 건강이 우선이 되는 골프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양심 내팽개친 필드의 ‘파우스트’들

남을 존중하는 골프가 우선이 된다면 이런 사건이나 사고는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해본다. 특히 프로들은 더욱 자기 자신에게 엄격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골프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알까기라는 용어도 없어지지는 않을 듯 싶다.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자생 웰니스센터 ‘더 제이’ 헤드프로,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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