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대상자 선정·지점장 중 새 은행장 선임·경영정상화 자신감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저축은행 업계가 어윤대 KB금융 회장(사진)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KB금융이 제일저축은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어 회장의 '저축은행 살리기'에 대한 발언이 잦기 때문이다.
어 회장은 29일 기자들과 만나 "(제일저축은행 인수를 매듭짓고) 빨리 출범하는 게 좋다"며 "1년 안에 흑자를 내겠다"는 자신감과 조급함을 함께 드러냈다.
새로 인수하는 저축은행에 대한 인사도 파격적이다. 어 회장은 신임 저축은행장 후보로 국민은행의 고참급 지점장 중 10명의 지원을 받아 2명을 최종인터뷰 한 후 한 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주사가 저축은행을 인수한 경우 통상 부행장이나 본부장급을 행장으로 내정하는 게 기존 관행인 걸 감안하면 흔치 않은 일이다. KB금융에 앞서 저축은행을 인수한 우리은행의 경우 부행장을 새 저축은행의 행장으로 보냈다.
어 회장의 저축은행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지난해부터 공공연히 "큰 비용이 들어도 저축은행을 반드시 인수할 계획이다" 또는 "리딩뱅크로 거듭나려면 서민금융에 강한 KB금융이 저축은행 인수를 해야한다", "새로운 수익원 창출과 비은행권 강화를 위해 저축은행 인수는 중요하다"는 등의 말을 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제일저축은행의 부실이 크고 상태가 심각해 KB금융이 시너지 효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어 회장은 "제일저축은행의 자산은 2조9000억 규모인데 부실을 털어내면 6000억원 정도만 남는다"며 "그러나 어떤 자산을 얼만큼 가져오느냐 하는 것보다 그 이후 어떻게 운영하는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단순히 자산규모를 늘리는 인수합병(M&A)형식이 아니라 P&A(자산·부채이전) 방식을 통해 건실한 자산만 골라 이전할 경우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어 회장이 저축은행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정책적 유도에 순응한다는 측면도 강하다. 당국은 은행이 인수한 저축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싸게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대출금리를 끌어내려 제2 금융권과 은행간의 대출금리 공백을 메워주기를 바라고 있다. 어 회장은 이와 관련 지난 29일 권혁세 금감원장 주최로 열린 'CEO 조찬' 에서 "제1금융권과 2금융권 사이의 금리차이를 일정한 수준으로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나왔다"며 "제2 금융권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제1금융권으로 가는 비용을 부담해 주는 해비치 재단의 예가 사례로 제시됐다"고 말했다.
'서민은행'을 자처하고 있지만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캐피탈사 등 서민금융기관을 보유하지 않은 KB금융 입장에서는 제일저축은행의 성공이 중요하다. 결국 리딩뱅크를 향한 어 회장의 발걸음이 저축은행 리모델링에서 성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