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수익률 관리·배당 노린 자금 몰려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12월 주식시장에서는 대형주가 중소형주에 비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이 연말 수익률 관리를 위해 포트폴리오를 지수와 유사하게 가져가려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배당을 노린 인덱스 펀드의 매수세가 프로그램을 통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대형주 강세를 점치는 이유 중 하나다.
29일 대우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12월 수익률을 비교해 본 결과 대형주가 소형주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경우가 9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주가 중형주 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경우도 82%에 달했다. 2008년 12월에는 대형주가 4.1% 상승한 반면 소형주는 6.2% 상승해 예외적인 경우가 나타났는데 이는 대장주 삼성전자가 한 달 동안 7.2%나 하락한 탓이었다.
신일평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에는 기관 투자자들이 새로운 일을 벌이기 보다는 '유종의 미'를 거두면서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기를 바라는 경향이 짙다"며 "때문 에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운용하기 보다는 소극적으로 운용할 유인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주가지수와 유사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기관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대형주를 담으면서 자연히 대형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기관들의 수익률 게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특히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대형주 가운데 기관 투자자들이 기존에 비중을 많이 줄여둔 대형주에 주가 모멘텀이 생기는 경우, 다른 기관의 수익률에 뒤지지 않기 위해 추격 매수에 나서면서 해당 대형주의 상승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대형주는 중소형주에 비해 좋은 성적을 내면서 11월 초반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주 중형주와 소형주가 각각 3.11%, 3.40% 하락하는 사이 대형주는 2.24% 하락에 그쳤고 이번 주 들어서는 대형주가 2.40% 강세를 보이며 중형주(1.93%), 소형주(0.97%)와 격차를 벌렸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이사는 "연말로 갈수록 기관의 대형주에 대한 매수세가 강화되어 왔다"며 "덕분에 12월 코스피가 다른 달에 비해 강세를 보이는 '연말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연말 대형주 강세 경향을 프로그램 매수세의 영향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평상시에 지수를 추종해 움직이는 인덱스 펀드는 연말이 되면 배당을 받기 위해 선물을 덜어내고 현물을 사들이는데 이는 주로 프로그램을 통해 유입된다. 실제 2000년 이후 단 한 번(2003년)을 제외하고 매년 11~12월 프로그램 수급은 매수 우위로 집 계됐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연말 대형주가 중소형주에 강세를 보이는 현상은 인덱스펀드가 배당을 받기 위해 프로그램을 통해 현물 주식을 사들이는 덕분"이라며 "인덱스 펀드의 배당 수요가 존재하는 가운데 시장 베이시스가 조금만 더 강세를 보인다면 프로그램 수급이 개선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솔 기자 pinetree19@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