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 유상증자, 임직원 참여 큰힘됐다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한진해운이 최근 실시한 유상증자에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대거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현대상선에 이어 국내 양대 해운사에 닥친 위기의 파고를 전 직원이 합심해 헤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훈훈한 사례라는 평가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진해운 사장과 부사장 등 임원 45명은 지난 14일 유상증자 참여에 따른 신주를 주당 7500원에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은 3324주를 취득해 보유 주식 수가 1만1186주로 늘었다. 이원우 부사장(1만1092주)과 윤주식 부사장(1268주)도 각각 유상 신주를 취득해 총 주식 수는 1만3675주, 4268주로 증가했다.
부사장급 이하 전무와 상무 등 임원들도 유상증자에 동참했다.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단위에 이르는 자비를 털어 회사 주식을 매집한 것이다.
금융당국에 보고할 대상이 아닌 일반 평직원 사이에서도 유상증자에 함께 하자는 목소리가 짙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유상증자가 결정된 이후 우리사주 배정에 참여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면서 "실제 수백만원을 들여 신주를 취득한 동료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번 한진해운 유상증자의 우리사주조합 청약에는 300억원이 넘는 금액이 몰렸다.
한진해운에 앞서 지난 1월 성공적으로 유상증자를 마친 현대상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었다. 당시 현대상선 임직원들은 직급별 상한선에 맞춰 '십시일반' 증자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해운업을 이끄는 양대 산맥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올 들어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린 것은 재무구조 개선과 앞으로 다가올 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유상증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회사의 어려운 현 상황을 돌파하는 데 위아래에서 힘을 불어넣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가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소식만으로 불안한 마음을 숨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쌈짓돈을 털어 함께 참여했다는 것은 귀감이 될 만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특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경우 범한진가, 범현대가와의 경영권 불씨가 남아 있는 주축 계열사로서 임직원들이 느끼는 애사심의 정도가 더 하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현대상선의 유상증자에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가 참여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진해운 때도 대한항공 등 일부 계열사는 불참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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