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카지노 9곳 개발···'인천의 도박'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인천 영종도에 카지노가 잇따라 들어선다. 외국인 전용이라지만 자칫 '제2의 강원랜드'가 수도권 코앞에 자리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8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영종도에는 현재 옛 밀라노디자인시티 부지에 1곳, 용유ㆍ무의복합레저단지에 6곳, 인천공항 국제업무지구(IBC) I-2단계 구역 1곳, 미단시티(운북복합레저단지) 1곳 등 모두 9개의 카지노 개발이 예정돼 있다.
이중 밀라노디자인시티 1곳은 일본 슬롯머신 업체의 투자가 구체화 된 단계다. 인천공항 IBC I-2 단계 구역 1곳은 기존의 영종도 하얏트 호텔 카지노가 이전ㆍ설치된다.
영종도에 다수의 카지노가 추진되는 것은 무엇보다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지라는 점 때문이다. 최근 들어 중국의 신흥 부자들은 현재 도박을 즐기기 위해 마카오, 홍콩, 싱가포르 등을 이용해왔지만 다소 거리가 먼 데다 신분 노출 등의 우려로 최근엔 일본ㆍ제주도 등으로 옮겨 가고 있다. 영종도는 베이징ㆍ상하이 등 중국의 신흥 부자층들이 집결한 주요 도시로부터 한 시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안전하게 도박을 즐길 수 있다.
실제 현재 영종도 유일 카지노인 '골든게이트 카지노'는 이용객의 절반이 중국인이며, 갈수록 방문객과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 전용영업장 면적 1060.6㎡의 소형 도박장이지만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수입이 늘고 있다. 최근 몇 년새 이 카지노의 매출액은 연 500억 원 대로, 2008년 334억6000만원에 비해 51.0%, 2007년 173억2000만원에 비해선 191.7%나 증가했다.
영종도는 또 수도권 2500만 인구를 배후지로 둔 복합 휴양 도시로 개발 중으로, 세계 도박업계의 '추세'와 일치한다. 실제 영종도에 카지노 개발을 추진하는 업체들은 하나같이 테마파크 등 복합리조트 건설을 병행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 카지노들이 모두 단순히 도박 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찾아 다양한 레저와 관광ㆍ쇼핑을 즐기는 복합리조트에 설치되고 있다.
문제는 숫자가 너무 많고 '외국인 전용'이라는 방침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서울 코앞에 도박 중독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제2의 강원랜드'가 들어서는 셈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외국인 카지노는 16곳에 불과하다. 영종도에 9곳이 모두 설치될 경우 전국 외국인 카지노의 36%가 한 곳에 몰려 있게 된다.
여기에 카지노 투자 의향을 타진하고 있는 외국인들 대다수가 내국인 입장 허용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는 정부도 현재 5억 달러 이상의 직접 투자 유치를 전제로 외국인 카지노만을 허용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7월 당시 정병국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이 "현재 세계적 추세를 감안하면 내국인 카지노 출입 허용 여부에 대해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하는 등 내국인들의 카지노 출입 허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호 도박규제네트워크 사무총장은 "현재 대부분 외국인카지노들이 적자인데, 더 짓겠다는 것은 내국인 입장 허용을 노리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관광활성화를 핑계로 도박 산업을 부추기는 것은 국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도박을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한편 현재 국내 도박 중독자는 정부 추산 270만 명 정도로, 지난 10년간 강원랜드를 출입하다 자살한 사람이 100여명이 넘는다. 특히 최근 들어서 도박으로 인한 신병 비관 등으로 자살하는 이가 급증하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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