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어 온 민주당이 17일 한나라당의 비준안 강행처리에 대비해 전열을 정비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선비준 후 ISD 재협상' 제안을 받아들이자는 협상파와 이에 맞서는 강경파간 격론 끝에 '선 ISD 재협상'이라는 기존의 당론을 재확인했다. 또 'ISD 폐기 합의한 장관급 이상의 서면 교환'을 요구하며 한나라당의 강행처리에 반대할 명분을 남겼다.
김진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이제 공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정부로 넘어갔다"며 "국회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국민이 가장 싫어하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몸싸움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을 가속시키는 부메랑이 돼 커다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김종훈 본부장이 미국 통상당국과 협의해 대통령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이 문제를 서면으로 약속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영선 정책위의장도 "이미 지난달 31일 USTR 론 커크 대표와 김종훈 통상본부장 사이에 서한이 교환된 바 있다"며 "서한 교환이 대단한 역사를 쓰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서한교환 요구는 할 수 있다"고 의총 결정인 장관급 이상의 'ISD 폐기' 합의문을 요구했다.
정동영 최고위원 등 당내 강경파도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FTA 처리 문제는)애국세력과 매국세력의 결전"이라며 "민주진보세력은 주권을 지키기 위해 한미FTA 날치기 비준을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협상파도 '장관급 이상의 ISD 폐기 문서'를 요구하며 가세하고 나섰다.
협상파의 대표주자인 김성곤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당에서 그동안에 ISD 폐기를 강력히 주장했고,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이것(문건 교환)밖에 없다는 것은 '절충파'도 마찬가지 생각"이라고 동조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을 신뢰하고 갈 수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서면 문건을 요청하는 것은 그동안 여야 간에 쌓인 불신의 업보이자 고육지책"이라
협상파인 최인기 의원도 이날 고위정책위에서 "대통령의 약속 만으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은 2008년도 쇠고기 협상 결과만 봐도 자명하다"면서 "장관급의 문서 합의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동철 의원은 "민주당은 ISD 폐기와 유보의 실체는 분명하게 한 것"이라며 "효과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양국 통상 장관급 서면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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