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관련해 "미국이 뭐라고 하면 책임지고 미국을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박희태 국회의장 및 여야 지도부를 만나 "국회가 (한미 FTA) 비준을 한 뒤에 정부에 대해 (재협상을) 권고를 해달라. 이런이런 것들을 미국 정부와 재협상해달라고 하면은 국회에 대해 답을 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미 FTA에 대해 "국회가 한미FTA 비준 동의하면 발효 후 3개월 안에 미국에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분명히 했다. 이 발언은 정부의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지만, 대통령이 직접 재협상을 약속한 것이 의미있는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재협상에 대해 이야기를 했느냐'는 질문에 "내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서 재협상을 하자고 했다, 안했다고 하는 것은 언급할 수 없다. 정상들 사이에 논의된 내용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또 '사전에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재협상 약속을 받으라'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요구에 대해 "나도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라며 "우리가 얘기하면 응하게 되어 있는 조항이 있는데 (비준 전에) 우리가 요구하려고 하니 미국이 허락해달라고 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맞지 않다. 오히려 정부가 그렇게 하려고 하면 국회가 말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가 빨리 비준이 되면 일본 기업이 한국에 그만큼 투자를 하게 된다. 일자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면서 "야당이 왜 이런 걸 어물쩡하게 넘어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왜 오바마 대통령만 믿나. 한국 대통령을 믿어야지. 내게 하라고 하면 내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재협상을) 안하려고 하면은 안될수밖에 없지만 나를 믿어달라. 나는 선의다"며 "내가 나라 망치려고 하는 것 아니지 않느냐. ISD를 민주당 요구처럼 없애려고 하면 먼저 국내에서 논의해야 하지 않느냐"고 부연했다.
아울러 "나는 진실되게 하려는 사람이다. 이 방안들을 두 당의 원내대표, 대표들이 논의해달라"면서 "민족과 역사에 어떻게 남을 지 부끄럽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국회의장은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해 "민주당 요구를 보장받은 것 아니냐. 비준이 안된 상태에서 재협상을 미국에 사전에 승인받으라고 하면은 승인 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절하면 그만이지만, 협정이 발효되면 협정 조항에 따라 재협상을 요구하도록 돼있는데 이것이 훨씬 효과적인데 이건 대통령이 선물을 준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최 수석은 "정부의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 현재 협정 자체가 어느 일방이 제기하면 협상하도록 돼있다"면서 "재협상 약속을 직접 대통령의 말로 국회 지도부에 공식 언명했다는 점이 의미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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