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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딸깍발이]"미친 자에게 축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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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남산딸깍발이]"미친 자에게 축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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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0일 수능을 거부한 한 수험생이 자살했다. 11월11일 아이폰 4S가 출시됐다. 한 사람의 생명은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 했지만 하나의 물건은 세상을 열광시켰다.


아이폰 4S는 창조와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가 마지막으로 만들어놓은 작품이다. 잡스가 매킨토시를 발표할 때 내놓은 '1984'라는 광고에는 한 여인이 해머를 들고 뛰어가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남성들의 세상을 박살내는 장면이 담겨있다. 사람들은 조지오웰이 그린 '1984'의 충격적인 재현으로 받아들였다. 지금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혁신 행진이 아날로그 세상을 디지털화시켜가고 있다.

하면 우리가 찬사에 마지 않는 혁신의 열매는 잡스의 것인가 ? 또한 잡스만이 만든 것인가 ? 세계의 진보가 천재 몇사람의 손에 달려 있고, 우리 같은 범인은 그 과실을 나누는 것에 불과한가 ?.


알고 보면 지금 우리 식탁에 오르는 채소들에는 수천, 수만의 목숨이 내재돼 있다.역사 이전에 원시인 한명이 숲에서 빨간 꽃 풀을 먹고 쓰러져 죽었다. 그의 아들은 비로소 아버지 목숨으로해서 빨간 꽃풀을 독성을 알게 됐고, 그 경험은 그 아들과 아들로 이어졌다. 먹을 수 있는 풀들을 확인하기까지는 맨처음 목숨으로 검증하고, 그 검증을 또 수많은 사람들이 인문적인 형태로 축적해온 결과가 우리 식탁의 채소들이다. 그렇게 '먹을 수 있는 풀', 순화된 잡초에는 수많은 '목숨'이 스며 있다. 빨간 꽃풀을 먹는 원시인이 없었다면, 그 아들과 아들들이 꽃풀의 독성을 몸으로 전달하지 않았다면, 우리 지금 먹는 풀들의 안전함을 어떻게 전할 수 있겠나 ? 수억년전 빗물이 고인 작은 웅덩이속에서 단백질 합성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여기 없는 것처럼.

즉 빨간 꽃 풀을 먹는 것이 혁신이고, 수많은 목숨을 치루며 진보하는 것이 혁신이다. 잡스의 아이폰 또한 수많은 물리학과 수학, 전기ㆍ기계공학의 '목숨'(?)들이 배여 있다.


그 안에는 원시인들이 돌도끼로 사슴뼈를 내리치던 경험으로부터 뉴턴의 만유인력, 인체공학 등등 다 담겨 있다. 수많은 과학과 과학자, 과학자를 키워온 사람들의 삶의 총합이다.따라서 아이폰은 도화선이며 잡스는 성냥불을 그어댄 사람이다. 이미 세상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화약을 짊어지고 있었던 것의 표현이다.


지금 세상은 작은 행위 하나하나를 모아서 천재들의 거대한 창조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실 잡스는 히피문화와 마약 등 방종의 시대가 길러낸 이단자다. 전쟁과 거대한 군산복합체로 연명하던 미국적 현실의 변종이다. 청바지 입은 청년들의 퇴폐와 눈물겨운 반항도 아이폰속에 스며 있다.여기 한 아이가 획일화된 교육, 입시지옥을 죽음으로 거부했다. 그 죽음이 언젠가 들판의 잡초를 식탁으로까지 옮기는 수많은 경험의 한 과정으로써 혁신의 밑거름일 수 있다. 원시인이 독풀을 먹는 것이 혁신이듯, 만유인력이 있었으므로 아이폰이 탄생한 것처럼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는 죽음도 언젠가 혁신의 꽃을 피워낼 것이다. 혁신은 그처럼 죽음을 끌어안는 것마저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니 주목받지 못한 죽음이 전혀 의미없다 할 수 있는 것인가 ?


20세기 초 미국학자 '윌리엄 비브'는 남아메리카 가이아나 정글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한 무리의 병정 개미가 큰 원을 지어 움직였다. 그 둘레가 무려 400미터나 됐다. 개미 한마리가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데 두시간 반이 걸렸다. 개미들은 이틀동안 같은 원을 돌고 또 돌다가 결국 대부분 목숨을 잃었다.
  
개미들은 오직 한가지 규칙만 따른다. " 앞에 가는 동료(개미)를 따르라" 이를 과학자들은 '원형선회'라고 부른다. 평소에 아주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개미사회도 한번 '원형선회'에 빠지면 떼죽음을 당하고 만다. 원형선회에서 빠진 조직이나 집단이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이단자가 새로운 길을 찾아 내는 것이다. 혹은 우연히도 길 잃은 이들이 뚫고 온 길이 구원일 수도 있다. 길 잃은 이들을 세상이 포용해야하는 이유다.


그 이단자들 중에는 부처가 있고, 세종 이도가 있으며 이순신이 있다. 또 전태일이 있고 노무현, 잡스가 있다. 작게는 입시지옥이라는 원형선회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는 수험생이 있다.


과거 유목민은 말을 타고, 바이킹은 범선을 타고, 오늘날 현대인들은 각종 디지털화된 정보체계를 따라 삶을 확장해간다. 수많은 혁신들이 고립을 탈피해가는 방향으로 이뤄져 있다. 원시인에게 있어 붉은 꽃달린 식물을 먹는 것이 오늘날의 채소가 되는 것처럼, 우리에게 주목받지 못 하는 죽음에도 더 밝은 세상을 향한 염원이 담겼다면 그것이 혁신이다. 혁신은 아이폰만이 아니다.


우리에겐 믿음이 있다. 불의와 반칙이 지배하는 세상이 견고하고, 성곽처럼 단단해보여도 결코 영원하지 않을 거라고. 노점상 한사람의 죽음이 세상을 쟈스민 향기로 가득 채울 수 있고, 투표 한장이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언제나 파헤치고, 헤집고, 들쑤셔 악취나는 공사판을 봐야만 변화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야 그윽한 향기 하나로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믿는 것이 하찮고 우스울지라도...


사람과 사람이 연대하고, 제휴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새 삶을 유인해 주는 것 ! 그리하여 우리는 '미친 자에게 축배를 !!'*를 나누게 된다.


* 97년 애플 광고중에서






이규성 기자 peac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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