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33년 '제일은행맨' 김진관 부행장이 지난달 31일 명예퇴직을 통해 은행을 떠났다. SC제일은행에서 '제일'이라는 행명이 빠지는 동시에 벌어진 일이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SC제일은행이 이달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임원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상무급 이상 임원 12명이 지난달 31일자로 회사를 떠났다. 임원 명퇴 신청자 20명 중 나머지 8명은 후임자 선정, 업무 인수인계 등의 절차가 끝나는 연말까지 퇴사하기로 했다.
명퇴로 은행을 떠나는 임원 중에는 제일은행에 입사해 수십년 동안 은행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정통 제일 출신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 중 대표적인 인물이 김 부행장이다. 제일은행이 '잘나가던' 1970년 말 행원으로 입사한 그는 '10월의 마지막 날'에 32년 10개월 은행생활을 마감했다.
김 부행장은 우여곡절 끝에 제일은행이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된 직후인 2000년부터 홍보 등 대외업무를 맡아 최전방에서 일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가 다시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부터는 국내 사정에 어두운 외국인 행장 자문역할을 해왔다.
정통 제일맨의 퇴진과 행명 변경을 직원들은 83년 역사를 가진 제일은행의 퇴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6월말부터 60여일이 넘는 은행 최장기 파업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이로 인해 일부 은행점포가 폐쇄됐고 노사 대립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원 명퇴, 행명 교체가 추진되고 있다. 또한 SC제일은행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직원 명퇴가 예상되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 관계자는 "고객과 직원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의견이 모이면 절차를 거쳐 내년 초 행명을 변경할 계획"이라며 "상설명퇴 폐지 등이 은행측 입장이고 이견이 있는 노조와 협상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asia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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