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하는 통계 중 불신을 받는 대표적인 것이 실업과 물가 통계다. 일반인이 현실에서 느끼는 것과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 실업 통계에 대해 국책 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조사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KDI는 어제 '설문구조에 따른 실업 측정치의 비교:청년층을 중심으로'란 보고서에서 설문 방식을 일부 바꾸면 잠재실업률이 21.2%로 통계청 조사방식(4.8%)보다 4배 이상 높아진다고 밝혔다.
차이의 핵심은 취업 희망과 취업 가능 여부를 묻는 설문 방식이다. 현행 조사 방식은 ▲지난주 1시간 이상 일을 하지 않았을 것 ▲지난 4주 동안 적극적 구직활동을 했을 것 ▲지난주 일이 주어졌다면 할 수 있었을 것 등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하나라도 어기면 실업자 축에도 못 낀다. 그 결과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취업준비생과 구직 단념자, 그냥 쉰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실업자도 취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아르바이트ㆍ시간제ㆍ일용직 등은 일주일에 1시간 이상 일했다는 이유로 실업자가 아니다. 그래서 나온 올 9월 실업률이 3%, 청년실업률은 6.3%다.
통계청도 문제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2008년부터 구직 단념자와 주당 근로시간이 적은 불완전취업자 등을 감안한 체감실업 지표를 개발 중인데 여태 소식이 없다. 게다가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매일 서비스하는 KDI 이메일 뉴스와 KDI 홈페이지에서 사라졌다. KDI는 어제까지 이메일 뉴스의 제목으로 달아 홍보했다.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승패를 가른 것은 20~40대의 정부ㆍ여당에 대한 반감이다. 이들의 분노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양산, 양극화 심화 등 상당 부분 일자리 문제와 직결된다. 그런데 우리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고용 통계조차 갖고 있지 않다. 미국은 공식 실업률(U3) 외에 체감실업을 보여주는 5개 지표를 함께 발표한다.
선거가 끝나면 으레 나오는 정치권 반응이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선거에서 보여준 젊은 세대들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고 했다. 물가조사 항목에서 금반지를 빼는 꼼수 대신 비현실적인 실업 통계부터 바로잡는 게 순서다. 그래야 현실감 있는 고용대책으로 표를 얻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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