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은 변화를 택했다. 어제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서울 시민이 2002년 이후 10여년 만에 서울시장을 한나라당에서 야권으로 바꾼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경험이 없는 시민운동가에게 수도 서울의 책임을 맡긴 선택이 놀랍다. '안철수 바람'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의 표출이다.
이 같은 갈망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선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실정에 대한 준엄한 경고다. 경기 회복과정에서 깊어진 양극화로 대기업과 상위계층의 주머니는 두둑해진 반면 청년층과 서민들은 높은 실업률, 불안한 직장, 전월세 대란, 치솟는 물가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제대로 된 일자리, 전월세 대책 하나 내놓지 못하는 정부 여당의 무능에 대한 분노를 표로 표출한 것이다.
정치권 불신의 화살은 민주당도 비껴가지 않는다. 제1야당이 시장 후보조차 내지 못한 것은 차치하고 왜 박 후보가 끝까지 무소속을 고집했는지 곱씹어봐야 한다. 정치권은 뻔한 수사가 아니라 진정으로 환골탈태를 하지 않고는 존립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박 시장의 책무는 무겁다. 승리에 취해 있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엄중하다. 승리의 바탕에는 시민운동가 출신이라는 신선함과 기대가 작용했겠으나 정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과 '안철수 효과'가 컸던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박 시장은 자신을 선택한 서울 시민의 판단이 옳았음을 행동과 일로써 보여주어야 할 큰 짐을 졌다. 무엇보다 고단한 서민들의 삶에 위로와 활력을 주는 민생 밀착형 행정을 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부채 7조원 감축, 임대주택 8만채 건설, 벤처기업 1만개 육성 등 내세운 공약의 타당성을 다시 짚어보고 우선순위를 매겨 실천에 옮겨야 한다. 소통과 변화도 중요하다. 전임 시장이 추진해 오던 것을 모두 부정하기보다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들어 버릴 것은 버리고 고칠 것은 고치는 게 바람직하다.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마찰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박 시장은 오늘부터 특정 세력, 특정 세대, 특정 지역의 시장이 아니라 1000만 수도 서울시민 모두의 시장이다. 시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면서 달라진 서울을 보여주어야 할 책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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