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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박원순 시장님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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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박원순 시장님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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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석연 기자]'당신에게 좋은 일이 나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 소식을 들으면서 서가 한편 구석에 처박혀 있던 이 한 권의 책을 꺼내들었습니다. 책 제목이 맘에 들더군요. 박원순씨에게 좋은 일이 생겼으니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사는 40대 가장인 저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것이란 기대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펼치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쓴 서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눔'과 '조화'의 의미를 강조한 글이더군요. 내용은 이랬습니다.

팔레스타인에는 두 개의 바다가 있다. 하나는 맑고 깨끗해서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나무들은 그 위에 가지를 드리우고 있고, 목마른 뿌리를 뻗어 갈증을 풀어 줄 물을 빨아들인다. … 산 위에서 떨어져 내려오는 요단강은 이 바다에 빛을 더한다. 인간은 그 옆에 집을 짓고 새들은 둥지를 튼다. 바다가 있어 갖가지 생명은 더 행복하다. 요단강이 남쪽을 달리다 보면 다른 바다를 만난다. 여기에는 물고기가 일으키는 물보라도 펄럭이는 나뭇잎도 새들의 노래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없다. 공기만이 물 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고 인간도, 동물도, 새들도 그 물을 마시지 않는다. 서로 가까이에 있는 이 두 바다의 차이는 무엇인가? 갈릴리해는 요단강을 받아들이지만 그것을 가두어 두지 않는다. 한 방울이 흘러들어 오면 한 방울을 흘려보낸다. 주는 것과 받는 것이 똑같이 이뤄지는 것이다. 심술궂은 다른 바다는 강물이 욕심이 나서 내놓지를 않는다. 한 방울이 들어오면 바다는 그것을 모두 가져가 버린다. 갈릴리해는 내주고 살아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이 바다는 아무 것도 내주지 않는다. 이 바다에는 죽은 바다, '죽음의 바다', 사해(死海)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부르스 바턴의 글을 인용한 안 원장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팔레스타인에 두 종류의 바다가 있듯이 세상에도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어제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민들도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만난 택시기사의 말이 바로 그랬습니다. "두 후보 모두 특권층이 아닌가요. 저는 솔직히 나경원 후보를 부러워하고 선망했습니다. 하지만 나눔의 의미는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그래도 나눔을 실천하고 살아온 사람 아닙니까?" 그의 말은 계속됐다. "역경 속에서도 존경받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했을 겁니다. 서울 사람들이 그래도 이번 선거에서 가치관은 지켜준 것 같습니다."

가슴이 찡해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당선을 축하하기 앞서 미안한 마음부터 들었습니다. 박원순 시장님! 정말 미안합니다. 절반 이상의 서울 시민들이 당신에게 몰아준 표심은 이렇게 무거운 것입니다. 박원순 개인의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서울 시민들에게 내주어야 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울 시민들은 박 시장이 살아온 삶처럼 앞으로도 더 많이 나누고 봉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민들이 고루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더 힘든 삶을 살아달라는 그런 부탁. 그런 민심이 '선망'의 대상이 아닌 '나눔'의 상징인 당신에게 쏠리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40대의 나이인 아내도 저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우리 아이들한테 말해줄 거야.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서울시장이 되는 세상이 열렸다. 그러니 세상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나눔을 실천하며 살다보면 하늘이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해 줄거야."


박원순 시장의 당선을 바라보는 민초들의 마음이 이런 것입니다. 자라는 아이들이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당신의 성공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과서가 될 수 있도록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나누며 살아주십시오. 이런 부탁을 드리는 것이 그래서 미안합니다.






황석연 기자 skyn1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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