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독하다시피 야무진 아이를 보면 ‘아프리카에 혼자 떨어트려 놔도 살아남을 애’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건 단지 비유일 뿐, 실제로 아프리카 사막이나 야생의 정글에서 아무런 도움 없이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 천지에 얼마나 되겠어요. 그런데 바로 이 ‘아프리카 오지에서 살아남기’ 미션에 달인 김병만 씨가 도전했습니다. SBS <키스 앤 크라이> 마지막 경연이 8월, SBS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 첫 촬영이 9월 중순이었다 하니 불과 한 달 만의 새로운 도전입니다. 정말 못 말리는 도전 정신이네요. 그래도 혈혈단신은 아니고 류담, 리키 김, 황광희 군과 동행했더군요. 이 네 사람은 아프리카의 오지 악어섬에서 어떤 도움도 없이 본인들의 생존도구로만 살아남아야만 했습니다.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외딴 곳에서 외부와의 연락 불가, 도중하차 불가, 그렇게 철저히 고립된 상태로 일주일을 버텨야 했죠. 과연 무탈하니 잘 견뎌냈을까요?
광희 씨, 살벌한 상황에 많이 놀랐죠?
그간 KBS <출발 드림팀 시즌2>를 통해 철인의 면모를 과시해온 리키 씨야 별 문제가 없겠지만 몸을 쓰는 도전 과제와는 영 거리가 멀지 싶은 ‘달인’ 팀의 류담 씨나 제국의 아이돌의 광희 군은 도움은커녕 짐이 될까 심히 우려스럽더군요. 특히 아이돌치고는 남다른 근성이긴 해도 늘 명랑하기만 한 광희 군이 악어가 득시글거린다는 험한 무인도에서 일주일을 보내야 한다니, 상상만으로도 절로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자신에게 다가올 위험은 짐작 못한 채 자외선 완벽 차단을 위한 화장품 쇼핑에 나서는가 하면 공항 패션을 한껏 자랑하며 출국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공포물에서 흉측스런 괴물 등장 직전의 싸한 기운이라고 할까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저러다 안전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건만 정작 본인은 보이 스카우트 캠프라도 떠나는 양 천진난만한 표정이었어요.
그러나 아무리 긍정적인 광희 군이지만 현지에 도착해 작은 보트에 몸을 싣고 흙탕물을 가로질러 섬으로 향하는 사이 드문드문 악어가 출몰하자 차차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하더군요. 사태의 심각성을 그제야 깨닫는 것 같았습니다. 손에 땀을 쥐는 노 젓기 끝에 섬에 오르긴 했으나 모래 바닥에는 뱀이 기어 다니는가하면 정체불명의 뼈다귀가 나뒹구는 을씨년스러운 장소였죠. 물도, 먹을 것도 자급자족해야만 했는데 무엇 하나 녹녹치 않아 보였습니다. 그나마 광희 군이 챙겨온 모기장 덕에 작은 물고기 몇 마리를 잡을 수 있었고, 휴대용 샤워 백을 정수기로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천만다행이었는데요. 나머지 멤버들 중 그 누구도 식수며 끼니를 해결해준 셈이 된 광희 군의 공을 치하할 생각을 않는다는 점이 좀 서운했지 싶어요. 그래요. 아무리 생존이 걸린 서바이벌이라지만 여느 예능 프로그램과는 영 분위기가 달랐죠? 아프리카의 찌는 듯 무더운 불볕더위 속에서 배를 곯아가며 언제 덮쳐올지 모를 악어를 피하기 위해 집을 짓고 있는 상황인지라 누굴 배려하고 말고 할 여유가 없었던 거예요.
힘들지만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거예요
게다가 실제 상황인지 아니면 긴박감을 주기 위한 설정이었던지 김병만 씨와 리키 씨가 사사건건 팽팽히 맞서기 시작했으니 착하고 마음 약한 광희 군으로서는 얼마나 눈치가 보였겠어요. 승부욕으로 치자면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두 사람은 잠자리 마련을 위한 집짓기부터 물통을 설치하는 사소한 작업에 이르기까지, 의견 일치를 통 이루지 못하다 못해 급기야 언성을 높이기도 했는데요. 언제나 혼자 실험하며 뭔가를 극복해왔던 병만 씨인지라 누군가와의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 방식에는 다소 서툴렀지 싶어요. 병만 씨라면 차라리 오지에서 홀로 살아남는 쪽이 더 쉽지 않았을까요? 혼자 몸이면 나무 위에 올라 하룻밤을 지새워도 됐을 테고 식량도 본인 몫 정도는 쉽사리 구했을 테니까요. 어쩌면 병만 씨에게는 이 도전이 타인과 협동하여 위기를 극복하라는 또 하나의 미션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가하면 광희 군은 이 모든 상황이 차라리 ‘몰래 카메라’이길 바랐지 싶어요. 왜 예전에 QTV <순위 정하는 여자>에서 ‘몰래 카메라’에 당한 적이 있잖아요. 현영 씨가 화가 난 척 하는 바람에 놀란 광희 군이 눈물 찔끔 흘렸었죠. 하지만 언제 악어가 나타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그처럼 한가로이 장난이나 할 리는 없는 일, 광희 군은 마치 사네 안사네 부부싸움 하는 부모님 사이에 끼어 이도저도 못하고 불안해하는 어린아이 같아 보였습니다. 그 밝던 광희 군의 말수가 현저히 줄어든 걸 보고 있자니 짠하기 까지 하더라고요. 병만 씨와 리키 씨, 강한 두 남자의 날을 세운 대립이 광희 군에게는 또 다른 정글이 아니었을까 해요. 이번 도전으로 음료 캔과 기타 줄을 이용한 수프 끓이기를 비롯하여 갖가지 오지에서의 생존법도 터득하겠지만 다른 의미의 생존법도 더불어 얻어올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물론 필설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고된 일주일이었겠죠. 하지만 돌아오고 나면 부쩍 강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광희 군의 정글 극복기,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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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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