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여, 서울을 점령하라" 주장하며 서울시내 시위
-"99%여, 서울을 점령하라" 주장하며 서울시내 시위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정부가 서민에게 사기를 쳤다. (정부의) 말을 잘 듣는 서민만 피해를 봤다. 서민에게 강도짓해서 대재벌 배만 불렸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아들의 백혈병 치료비 마련을 위해 토마토저축은행 후순위채에 돈을 넣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토마토저축은행 피해자)
$pos="C";$title="금감원 앞에 모인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txt="▲ 15일, 금융감독원 앞에 모인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손실을 입은 5000만원 이상 예금주와 후순위채권 투자자들은 이날 "금융당국을 처벌하라"고 주장했다.";$size="550,366,0";$no="2011101521411748165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한국 금융의 중심지' 여의도가 15일 분노에 휩싸인 서민들에게 점거됐다. 평일이면 깔끔한 정장을 입고 서류가방을 든 이들로 가득찼던 여의도지만 이날 여의도에 모인 사람들 손에는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 항의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이 들려 있었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던 지난 15일 오후,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 모인 금융 피해자들과 해고노동자, 시민단체, 학생들의 수는 200여명에 달했다. '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의 사람들'이라고 자칭한 이들은 "금융자본의 탐욕과 사회 양극화를 규탄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행사의 진원지는 지난 달 미국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street)' 시위다. 미국 금융위기를 불러온 금융자본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끓어넘쳐 시위 형태로 폭발한 것이다.
이날 '서울을 점령하라(Occupy Seoul)'는 구호 아래 시위가 벌어지는 동안, 호주와 영국, 스위스, 아르헨티나 등 전세계 80개국 1200개 도시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가장 먼저 금감원 앞을 점령한 것은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었다.
집회 예정시간인 오후 2시보다 한 시간이나 먼저 도착했다. 지난달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손해를 입은 사람들도 섞여 있었다. 이들이 도착하자 경찰은 정문을 막아섰다.
점차 14시에 가까워지면서 가면을 쓰고 태극기를 둘러싼 수상한 외국인 10여 명이 나타났다. 한국에 유학 온 외국인이었다. 트위터를 통해 모였다는 유학생 그룹은 "우리는 99%다(We are 99%)",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 등의 피켓을 들고 있었다.
예정된 시간이 되자 집회는 시작됐다. 여느 집회와 달리 무대는 없었고, 집회를 이끌어가는 '주도세력'도 없었다. 자유발언을 통해 각자의 생각을 공유했다.
$pos="C";$title="서울을 점령한 외국인들";$txt="▲ 금융감독원 앞을 점령한 외국인 유학생들. 트위터를 통해 모인 이들은 "사람이 돈보다 귀하다", "우리는 99%다",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이날 집회의 서막을 올렸다.";$size="550,366,0";$no="2011101521411748165_2.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가장 큰 목소리를 낸 것은 저축은행 피해자들이었다. 김옥주(49)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비대위 대표는 "정부가 2008년부터 불법대출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대책을 세우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서민에게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석동 위원장이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이후 상반기에 추가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말에 속아서 평생 모아온 돈을 강도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비싼 등록금에 허리가 휘는 대학생들의 불만도 높았다. 집회에 참석한 한 대학생은 "대학생들도 금융탐욕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서도 "취직이라는 현실적인 벽 앞에 외면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민영화' 여파에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KT해고자라는 40대 중반의 한 남성은 자유발언을 통해 "KT 민영화 이후 직원 3만 명이 정리해고 됐다"고 주장하며 "계열사 직원까지 강제사직을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비싼 등록금을 내려라", "집값 대책 마련하라", "론스타를 처벌하라", "투기불로소득 중과세하라" 등 금융 관련 현안에 대한 비판이 금융당국을 향해 쏟아졌다.
이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져갈 무렵 금감원 앞은 취재진의 열기로 가득했다. 국내 취재진뿐만 아니라 AP통신, 일본TBS 등의 외국 취재진도 관심을 기울였다. 비까지 내리면서 집회 참가자와 취재진이 뒤섞여 혼란을 빚기도 했다.
금감원 앞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18시로 예정된 'Occupy Seoul' 본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서울광장이 경찰의 봉쇄로 집회가 어려워지자 대한문 앞으로 발걸음을 옮겨 집회를 이어간 뒤, 8시께 해산했다.
이 날 행사를 제안한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월가의 문제는 한국과 다르지 않은,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다. 이번 집회로 탐욕적 금융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며 "1%의 금융자본이 99%의 서민을 수탈하고 있는 자본주의가 변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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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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