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농민 "아모레퍼시픽, 생계 위협" 中企적합업종 지정 요구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대기업이 직접 녹차를 재배하는 데 대해 농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제조업에 한해 진행중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품목지정을 농업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유통·서비스업종 중소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확장이 제조업분야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대·중소기업간 사업영역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4일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녹차재배업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사업영역을 구분해달라는 한 농민의 건의서가 접수됐다. 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제주와 전남 일대에서 대규모로 녹차를 재배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같은 일을 하는 농업인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자회사 장원을 통해 총 172ha 부지에서 녹차를 직접 재배중이다.
그는 "재벌이 자본을 앞세워 초대형 농장을 운영하는 바람에 5000여명에 달하는 녹차재배 농민들이 점점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며 "대기업 생산량의 일정량을 수출하거나 농민들이 생산하는 걸 일부 수매판매하는 등 대기업과 농민간 사업영역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의 사업확장을 견제하거나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및 품목을 농업분야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기 적합업종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해 제조업에 한해 선정작업을 진행중이다. 세탁비누 등 16개 품목을 선정했으며 앞으로 100개 이상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위원회가 이번 건의를 정식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녹차를 이용해 티백, 음료를 만드는 일은 제조업으로 볼 수 있지만 녹차를 재배하는 일 자체는 농업이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지난 5월 신청이 접수된 콩나물 품목에 대해 농업이라는 이유로 신청을 반려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70년대 황무지를 개간해 재배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아무도 녹차에 관심을 갖지 않던 시절부터 손해를 감수하고 관련사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유통·서비스업종에서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제조업에서만 적합업종 여부를 가리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유통·서비스분야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6곳은 대기업과 직접 경쟁하고 있으며, 8곳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중소물류업체를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국내 물류업 종사자만 500만명"이라며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큰 만큼 이 분야에서도 적합업종을 따져야한다"고 말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늦어도 올해 안에 일반제조업 분야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마무리 짓고 여타 업종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반제조업 분야에서 당초 예상보다 많은 230여개 품목에 대해 신청이 들어온데다 40여개 이상 품목의 경우 대·중소기업간 의견차가 워낙 커 선정이 늦춰지고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유통업 등 다른 분야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일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한 적은 있으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