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자신을 새로운 환경에 끊임없이 내몰아야죠. 위험 속에서 겪는 자신의 한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변화의 기회로 삼으세요. 스스로의 비전을 만들지 못하면 인생의 기회는 없어요.”
2006년 미 CBS 방송의 리얼리티 TV쇼 '서바이버'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권율(36)씨의 말이다. 스탠퍼드와 예일대 로스쿨을 나와 로펌 변호사, 상원의원 입법보좌관, 연방 항소법원 판사 시보, 맥킨지 경영컨설턴트, 구글 전략담당으로 변신을 거듭하며 최근 방송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는 권 씨가 '내가 겪은 미국 사회의 정치, 그리고 나의 꿈'을 주제로 지난 5일 연세대 백양관에서 리더십 강연을 열었다.
학벌에, 등록금에, 취업난에 미래와 희망을 빼앗긴 우리 사회 젊은이들에게 권씨가 던진 메시지는 “두려워도 도전하라. 그래야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씨가 무대에 오르자 객석을 가득 채운 약 500명의 청중들 사이에서 뜨거운 환호성이 터졌다. 권씨는 학생들이 잘 알고 있는 '서바이버'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아시아계 최초의 생존자였던 그는 방송 이후 단숨에 유명인사가 됐다. 그의 인기를 실감하게 해 준 것 중 하나가 하루에도 수백통씩 쏟아지는 팬레터였다. 권씨는 그 중 한국 학생들이 보내온 팬레터와 그 속에 담긴 사연들을 소개하며 강연을 이어갔다.
이들의 사연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권씨는 “이들 중 일부는 스스로를 외톨이라 생각하며 자신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킨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비전을 세우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에 도전해야 한다”며 자신의 어린시절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뉴욕 퀸즈의 '플러싱' 지역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인들이 거의 없었다. 소수인종으로 백인 또래들에게 늘 놀림과 조롱의 대상이었던 그는 항상 소외돼 있었고 외톨이로 지냈다. 백인 아이들이 소수인종 아이들이 몸에 소변을 보는 것을 목격한 뒤로 권씨는 학교 화장실은 물론 야구장이나 쇼핑몰 같은 공공장소를 가지 못했고 집안에만 갇혀 지냈다. 이런 생활은 권씨를 사회적 불안장애(social anxiety disorder)와 과민성방광증후군(Shy bladder syndrome) 등에 시달리게 했고, 권씨는 자신의 비밀을 혹여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까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켜 나갔다.
그런 어느날 백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친한 친구가 자살을 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권씨에게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내 자신도, 인생도 절대 변할 수 없겠더라구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차근차근 변화를 만들어 나갔죠”라며 “우선 사람들 앞에서 자신있게 말을 하기 위해 상황별 시나리오를 만들어 철저히 연습했어요”라고 말했다. 선생님의 말 한 마디에 온 몸에 식은 땀을 흘리던 작은 동양의 아이가 세계적 리더가 된 것도 바로 이런 끊임없는 변화의 결과였다.
그가 애초에 이 '서바이버'쇼에 참가를 결심했던 이유도 같다. TV에서는 늘 웃음거리로 그려지는 아시아인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서바이버 참가는 내가 되고자 하는 모습을 향해 나가는 하나의 과정이었던 셈”이라고 밝힌 그는 스스로 평가받고 싶은 욕구를 채우기 위해 '권리포기 각서'라는 위험까지 무릅쓴 사연도 소개했다.
권씨는 강연 말미에 “리더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쉼없이 배우고 익히며 습득해가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는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고 결국은 이뤄내려는 정신이 부족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환경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내몰아 달라”고 당부했다.
조유진 기자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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