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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웅의 파나마 일기①]세 가지 악재에 막힌 베네수엘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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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웅의 파나마 일기①]세 가지 악재에 막힌 베네수엘라전 2011 파나마 야구월드컵에서 대표팀의 허리를 책임지는 윤지웅(넥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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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파나마는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쾌청한 날씨. 내딛은 땅은 지구상 어느 곳보다 따뜻했다. 공기마저 맑아 야구를 하기에 더 없이 좋았다. 첫 경기를 앞둔 대표팀은 서둘러 파나마 만에 위치한 항구도시 치트레로 향했다.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전날 한국에서 출발한 지 23시간 만에 파나마에 당도한 탓에 몸이 다소 무거웠다. 하지만 선수들 모두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만만하지 않은 첫 상대를 만난 까닭이다. 남미의 강호 베네수엘라였다. 팀 동료 모두는 그들이 강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2009년 대회에서 그 힘을 경험한 바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다.

대표팀은 이 곳 시간으로 오후 7시 30분, 야구월드컵의 돛을 올렸다. 출발은 다소 불운했다. 1회 선두로 나선 (고)종욱이의 날카로운 타구가 3루수 그라나딜로의 글러브에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다음 타자 (허)경민이는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타구로 대표팀의 첫 안타를 신고했다. 하지만 상대 선발 헤수스 예페즈(편집자 주 : 1984년생으로 2002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10승 10패 평균자책점 4.07을 기록했다)의 견제로 찬스는 이내 무산되고 말았다. 여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견제에 앞서 예페즈가 보크를 범했지만 주심이 이를 그냥 지나쳤다.


불운은 1회 수비에서도 이어졌다. 선발로 나선 (박)종훈이는 무난한 구위를 보였지만 2번 로돌포 카르도나와 윌리 바스케즈에게 각각 볼넷과 안타를 허용, 1사 1, 3루의 위기를 맞았다. 대표팀은 4번 로날드 아쿠나를 2루수 땅볼로 이끌어내 병살타로 실점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유격수 경민이의 송구 미스로 타자를 잡는데 실패하며 선취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종훈이는 4회 요나단 시비라에게 2루타를 얻어맞으며 1점을 더 내줬다. 5회 대신 마운드에 오른 건 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으로부터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윤)명준이였다. 명준이는 아웃카운트 2개를 가볍게 챙겼지만 다음 타자 아쿠나에게 솔로 홈런을 얻어맞았다. 믿었던 명준이의 실점과 3점차로 벌어진 점수에 더그아웃에는 이내 냉기가 감돌았다.


다급해진 선수들은 바로 반격에 나섰다. 6회 (박)해민이와 종욱이의 연속 안타에 경민이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며 무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공격은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지영이형이 때린 타구가 3루수 정면으로 굴러가 3루 주자 해민이가 홈에서 아웃됐다. 하지만 만루찬스는 계속됐고 (모)창민이 형의 희생플라이로 대표팀은 첫 득점에 성공했다. 점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사 2, 3루에서 대표팀의 주장인 (정)현석이 형이 상대 구원 조지 델가도의 볼을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연결했다.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아 점수는 3-3 동점이 됐다. 그리고 다음 타자 (김)재환이의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대표팀은 4-3 역전에 성공했다.


승리는 대표팀 쪽으로 그대로 기우는 듯했다. 명준이가 7회 2사까지 호투를 펼쳐 더 그러했다. 그 뒤 공을 넘겨받은 건 나였다. 국제대회 마운드를 오랜만에 선 탓인지 긴장이 됐다. 그 때문일까. 나는 볼카운트 2-2에서 바스케즈에게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허용했다. 타자를 상대할 기회는 더 주어지지 않았다. 천보성 감독의 교체 지시로 (이)창호 형에게 마운드를 넘겨줘야 했다. 창호 형은 후속 아쿠나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 내 손으로 마무리를 지었어야 했는데. 더그아웃에서 투구를 지켜보며 많은 아쉬움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 즈음 대표팀에는 다시 불안이 엄습했다. 8회 무사 1루에서 창호 형이 차베즈의 번트를 처리하지 못해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다. 대표팀은 이어진 1사 2, 3루에서 루이스 알렌의 희생타로 동점을 허용했다. 교체된 (오)현택이 형은 추가 실점을 틀어막는 듯 했다. 4회 2루타를 쳤던 시비라를 상대로 내야땅볼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타구는 유격수 방향으로 느리게 굴러갔고 결국 내야안타로 이어지며 경기는 4-5로 역전되고 말았다.


대표팀은 9회 해민이가 세 번째 안타를 치며 불씨를 살리는 듯 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으며 경기를 뒤집는데 실패했다. 경기 뒤 나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은 아쉬움에 고개를 숙였다. 낙담한 건 아니었다. 부족한 연습량, 시차적응 문제, 긴 여정에서 비롯된 피로 등을 고려하면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서로를 위로했다. 조금씩 경기감각을 회복하고 있다. 다음 상대는 유럽의 강호, 독일. 반드시 승리를 거둬 2라운드 진출의 밑바탕을 마련하겠다. 예감은 좋다. 이 곳의 쾌청한 날씨 만큼 상쾌한 승전보를 한국에 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윤지웅 넥센 히어로즈 투수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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