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한국 입양인 출신이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아시아계로서도 처음이다.
25일(현지시간) '르 몽드'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수도권 일드프랑스 지방 의회 의원으로 프랑스 녹색당 사무 부총장직을 맡고 있는 장 뱅상 플라세(43)가 바로 화제의 인물이다.
플라세는 이날 실시된 상원의원 선거에서 일드프랑스 에손 지방의 녹색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현재 녹색당의 2인자인 사무 부총장으로 일드프랑스 지방 의회에서 교통 담당 부의장직을 수행해왔다.
1968년 서울 태생인 플라세 당선자는 네덜란드계 프로테스탄트 교단이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자랐다. 프랑스로 입양된 것은 7살 때다. 노르망디 캉 지방의 유복한 가톨릭 가정에 입양되기 전 그의 한국 이름은 권오복.
어린 시절부터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같은 역사적 인물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학창 시절 교사의 강의 내용 중 틀린 점에 대해 지적할 정도로 역사 지식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세는 입양 부모와 가족의 사랑과 따뜻한 보살핌 속에 행복한 성장기를 보냈다. 아버지는 변호사, 어머니는 교사였다. 아버지는 '약간 우파', 어머니는 '약간 좌파'였다고.
정규 교육 과정을 마치고 캉 대학에서 금융법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의 리더십은 대학 재학 중 빛을 발했다. 그는 학생조합을 이끌며 현지 사회주의자들과 돈독한 관계도 유지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금융 기업을 거쳐 1993년 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녹색당에 가입한 것은 2001년이다.
가톨릭 우파 성향의 가족 분위기와 달리 좌파 정치인들과도 교류하며 정계에 입문한 그는 당내 요직을 거쳐 현재 프랑스 녹색당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상원의원 선거를 앞두고 플라세의 당선이 유력시되자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중진 알랭 마를렉스 의원은 그를 '우리 한국인'(notre Coreen national)으로 인종차별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에 플라세는 최근 메갈로폴리스와 가진 회견에서 "한국인이라는 게 모욕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난 지난 34년 간 온전한 프랑스인으로 살았다"고 발끈했다.
60㎡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플라세 당선자는 "전형적인 드라마나 오노레 드 발자크 혹은 스탕달의 소설,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프랑스의 역사를 좋아한다"고 털어놓았다.
플라세는 당선 소감에서 "녹색당 후보 10명이 상원에 진출하는 등 좌파가 선전해 많은 의석을 확보한 데 크게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달 1일 시작되는 회기부터 6년 임기의 상원 의정 활동에 들어간다.
프랑스 상원은 하원과 함께 법률안 수정과 제정, 조약 심의, 정부 감독 기능을 갖고 있지만 하원과 합의하지 못할 경우 최종 결정권은 하원이 갖는다. 프랑스 상원은 3년마다 의석 절반을 교체한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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