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어제 저축은행 경영진단 결과와 조치를 발표하면서 정보공개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해 금융불안의 불씨를 남겼다. 금융위는 경영 상태가 위험하다고 판단된 13개 저축은행으로 하여금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하게 하여 심사한 끝에 사실상 퇴출에 해당하는 영업정지 대상 7개사의 명단만 발표하고 나머지 6개사의 명단은 발표하지 않았다. 13개사의 명단을 모두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6개사에서 예금인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우려되어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정보의 선별공개 자체가 오히려 무질서한 예금인출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명단 미공개 6개사도 영업정지 대상 7개사와 별로 다를 게 없는 부실 저축은행이다. 다만 금융당국에 제출한 경영개선 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영업정지가 유예된 것뿐이다. 그렇다면 예금자를 비롯한 해당 저축은행의 이해관계자도 금융당국의 그러한 판단에 근거가 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저축은행 부실 문제가 금융과 경제 전반에 대표적인 위험요소로 부각된 상황에서 해당 저축은행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는 갖고 있지 않은 일반 국민도 그런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불완전한 정보공개로 예금자와 국민의 그 같은 권리를 무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어차피 저축은행들이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이달 말에는 회사별 BIS 비율과 자산ㆍ부채 상황이 금감원 전자공시나 자체 홈페이지 공시를 통해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예금자와 국민에게 회사별 공시 내용을 들여다보고 분석하고 비교해서 6개사의 명단을 알아맞혀 보라는 문제라도 냈다는 말인가. 그때까지 2주간에는 6개사와 관련해 금융당국ㆍ업계에 속하는 극소수와 예금자ㆍ국민 사이에 정보비대칭이 존재해도 되는가. 이런 식의 일시적 정보비대칭은 정보 접근이 쉽거나 어려움에 따른 부당이득과 손해는 물론이고 부정ㆍ비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13개사 외의 다른 저축은행들에 대해서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추가 살생부 명단이 항간에 나돌게 되어 더 큰 혼란이 빚어지기 전에 금융당국은 6개사의 명단을 공개하는 동시에 저축은행 구조조정 작업을 보다 투명하게 진행하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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