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올해 중국 최고 갑부의 얼굴이 새로 바뀌었다.
월간 포브스 아시아판이 7일 온라인으로 발표한 '중국 400대 부자' 리스트에 따르면 기계제조업체 산이(三一) 그룹의 량원건(梁穩根·54·사진) 회장이 순재산 93억 달러(약 9조9900억 원)로 중국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
지난해 1위를 차지했던 음료그룹 와하하의 쭝칭허우(宗慶後) 회장은 올해 5위로 미끄러졌다. 그의 순재산은 65억 달러다.
중국 400대 부자 가운데 억만장자는 지난해 128명에서 올해 146명으로 늘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주춤하는 듯하지만 억만장자는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400대 부자의 재산을 모두 합하면4590억 달러로 지난해 4232억 달러에서 8% 증가한 셈이다. 그러나 현지 화폐로 환산할 경우 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갑부들의 순재산 성장률이 이렇게 둔화하고 있다는 것은 중국을 '동방의 엘도라도'로 간주한 글로벌 명품 공급업체들에 우려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리스트에 올랐던 부자들 가운데 94명이 올해 리스트에서는 탈락했다. 올해 탈락자 중 17명은 부동산 업계에 종사하는 이들로 정부의 대출 옥죄기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크게 타격 받았다.
1983년 중난대학(中南大學)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량이 산이를 창업한 것은 1989년 내륙 후난성(湖南省)에서다. 후난성은 마오쩌둥(毛澤東)이 태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당시 산이는 조그만 용접공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산이의 대주주인 량이 순재산 93억 달러로 중국 최고 부자로 등극했을 정도로 산이의 사세는 대단하다. 산이는 인력 5만3000명에 70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자랑한다.
량은 중화주의 열정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뛰어난 경영실적으로 관영 CCTV(中央電視臺)가 선정한 '2005년 올해의 기업인'에 선정된 바 있다. 량은 수상 소감에서 19세기 중국으로 밀려든 서양 군국주의에 대해 개탄하고 중국의 경제부흥을 찬양했다.
더욱이 중국은 서방 기술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번영의 21세기인 지금 13억 중국인이 일제 카메라, 미제 소프트웨어, 독일제 시멘트 펌프에 더 이상 오래 의존해선 안 된다"며 "미래는 분명 중국의 세계"라고 역설했다.
량 회장은 산이의 네 이사 가운데 한 사람이다. 다른 이사 탕슈궈(唐修國·14억3000만 달러), 마오중우(毛中吾·12억9000만 달러), 샹원보(向文波·12억9000만 달러)도 이번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2위는 검색 포털 바이두(百度)의 리옌훙(李彦宏·42) 회장이 차지했다. 그의 순재산은 지난해 72억 달러에서 올해 92억 달러로 늘었다. 포브스가 지난 3월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를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리 회장은 중국 제1의 억만장자였다. 그러나 지난 8월 중순 바이두의 주가가 폭락해 이번 리스트에서 2위로 만족해야 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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