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전달과 같은 3.2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이래 3개월 연속 동결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우려되고 있고, 물가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 대외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경제의 하방위험을 높일 수 있는 금리인상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됐을 것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금리인상 '실기'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는 한편 9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이자부담이 가중되는 등 실물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미 수출이 줄고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급감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에 따른 원화강세는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
또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추가 양적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고, 유럽도 금리를 인하해 경기 부양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 홀로 금리를 인상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8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 상승하면서 3년래 최고 수준을 나타내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상황이지만 이는 7~8월 집중호우와 태풍 등 계절적 요인에 따른 현상으로 9월부터는 물가가 다소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분석도 이번 금리동결 결정에 힘을 보탰다.
박상욱 흥국증권 이코노미스트는 “8월중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월대비 4.7%, 전년동월대비 13.3% 급등세를 나타낸 데 반해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월대비 0.3%, 전년동월대비 4.0% 상승에 그쳐 일시적인 요인을 제외하면 물가안정목표 달성이 가능함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재홍 신영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물가상승의 일시적 요인인 기상악화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정부의 물가안정 의지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점차 둔화될 것”이라며 “대외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은의 금리인상은 대외여건을 감안하면서 신중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금리인상 ‘실기’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해결의지와 책임의식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한은은 가계부채 문제와 치솟는 물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채지용 기자 jiyong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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