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그녀에게 음악은 행복이다 - 천재 피아니스트 손열음 인터뷰

시계아이콘02분 22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그녀에게 음악은 행복이다 - 천재 피아니스트 손열음 인터뷰
AD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가을 빛 햇살이 눈부시던 9월의 어느 날 피아니스트 손열음(27)을 만났다. 아침 일찍부터 실내악 리허설 중이었다던 그는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편하다며 밝게 웃었다. 1999년 오벌린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하면서 국내외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그 후로도 2002년 비오티 국제 콩쿠르, 2005년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 2009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등, 세계 유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연이어 상위 입상하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쳐 오던 손열음의 경력에 올해 6월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 입상자라는 타이틀이 새로 추가되었다.

'잘해야 본전' 일수도 있었던 도전이었다. 하지만 입상자에게는 많은 연주 기회가 주어진다. 그래서 참가를 결정했다고 했다. 만약 떨어지더라도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니까 부담감도 없었다는 손열음은 이제 출발선에 섰을 뿐이라며 담담한 표정이었다. 손열음의 이번 입상은 1974년 정명훈이 한국인 최초로 이 대회에서 2위 입상을 한 이래 37년 만의 일이다. 당시 정명훈은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카 퍼레이드를 했을 정도로 전 국민이 그의 수상소식에 열광했었다.


그녀에게 음악은 행복이다 - 천재 피아니스트 손열음 인터뷰

이 둘이 같은 무대에 선다니 귀가 솔깃하다. 게다가 이번에는 지휘자와 협연자가 아니라 음악 감독과 연주자로 만난다. 손열음 역시 이 '7인의 음악인' 연주회(9월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사실 이 가을에 세계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첼리스트 송영훈과 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와 함께 슈베르트의 피아노 3중주 내림 나장조(Schubert, Piano Trio No.1 in B flat Major, D.898)를 연주한다니 흥분할 만 하다. 슈베르트의 이 피아노 3중주 곡은 그녀가 워낙 좋아하는 곡이라 연주곡목을 전달받았을 때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고 한다. 그는 슈베트르의 피아노 3중주 곡이 약 39분 정도로 다소 연주 시간이 길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라며 웃는다. 확실히 손열음은 행복해 보였다.


그녀에게 음악은 행복이다 - 천재 피아니스트 손열음 인터뷰

손열음에게 있어 음악은 행복이다. 무대에 서는 것이 즐겁고, 연주가 재미있고 곡을 들으며 머릿속으로 음악을 그려가는 순간이 행복하다. 연주가 만족스럽지 못해서 속상할 때는 있지만 음악 때문에 괴로웠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미 어린 시절에 다른 어떤 공부보다도 음악이 재미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그는 숨을 쉬듯 언제나 음악을 듣고 있다. 연주곡을 연습할 때에도 실제로 피아노 앞에 앉아서 건반을 두드리는 시간보다, 귀로 들으며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시간이 훨씬 더 길다.


손열음 안에는 연주자로서의 손열음과 고전 음악 음악 애호가로서의 손열음이 공존한다. 그는 각각의 입장에서 음악을 듣고 평가하고 분석하며 이미지를 그린다. 그렇기에 그토록 음악이 재미있는 게 아닐까? 그의 연주에서 또렷하게 드러나는 단정한 균형감각은 어쩌면 이 두 손열음의 공동작업에 의한 결과다.


그녀에게 음악은 행복이다 - 천재 피아니스트 손열음 인터뷰


그의 이름 앞에는 흔히 '토종 영재'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고향인 원주에서 일반 중학교를 마치고 열다섯에 한국예술종합대학교에 조기 입학, 졸업과 동시에 독일로 유학을 떠나 현재 하노버 대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라는 범상치 않은 경력 때문이다. 그는 한국과 독일의 영재교육에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을까? 한국이나 중국 등 동양권에서 온 학생들은 뛰어난 테크닉을 자랑하지만 더 큰 그림을 그려가는 상상력이나 창의력 면이 좀 부족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 머릿속에 만들어진 음악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테크닉은 중요하다. 하지만 전달할 음악이 없다면 아무리 테크닉이 뛰어나다 해도 아무런 의미도 가지질 못한다. 그렇기에 이 음악적 상상력과 창의력이야말로 음악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자산이라는 것이다. 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 손열음의 지론이다. 흔히 사랑을 경험해보라고 하지만 그 뿐만이 아니라, 서양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학도 필요하다고 그는 조언한다. 바람 냄새, 온도, 석양이나 밤하늘의 색깔 같은 자연환경에서부터 언어, 문화에 이르기까지, 그 음악이 탄생한 환경 속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보다 풍성한 음악적 상상력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하지만 계획을 세워봤자 항상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므로, 장기적인 계획 같은 건 잘 세우지 못한다는 말이 돌아왔다. 우선은 눈앞에 다가온 실내악 연주회를 잘 끝내고, 앞으로도 좋은 연주를 계속 들려주고 싶다고 했다. 어지간한 국제 콩쿠르는 입상을 했건 떨어졌건 한번씩은 다 나가봤으니, 이제 더 이상 콩쿠르 참가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녀에게 음악은 행복이다 - 천재 피아니스트 손열음 인터뷰


손열음은 요즘 실내악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듯 했다. 청중과 연주자가, 그리고 연주자와 연주자가 서로 소통하며 음악을 만들어가는 실내악이야말로 청중이자 연주자이기도 한 자신을 가장 만족시킬 수 있는 연주 형태라는 설명을 들으면서 그의 균형 감각이 이번 연주회에서는 어떻게 빛을 발할지 궁금해졌다. 열매를 맺으라고 부모님이 지어준 그 이름처럼, 그가 맺은 열매가 가을 햇살 속에 더욱 크고 아름답게, 향기롭게 익어가길 기대한다.(장소협찬_콩두(豆)이야기)




태상준 기자·이나경(고전음악컬럼니스트) birdcage@
사진_이준구(ARC)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