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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공기업<중> 끊이지 않는 부패·비리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서울 지역 모 공기업에 다니는 A씨는 지난해 8월 법인카드로 상품권 1200만원 어치를 사들인 뒤, 이를 되팔아 현금 1000만원을 마련했다. 그는 이 돈을 서울지역의 카지노바에서 모두 탕진했다. 이어 A씨는 회사 금고에서 선불형카드 3000만원 어치를 훔쳤고, 법인카드로 300만원 가량의 금액을 '카드깡'으로 마련한 뒤 이 돈을 모두 도박에 썼다.

심심치 않게 사회면에 오르는 기사다. 공기업 하면 '공공성'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공기업 직원이 연루된 부패 비리 기사는 그만큼 휘발성이 강하다. 언론사 입장에서도 소위 '상품성이 있는' 기사다.


공기업 직원들은 부패의 유전자, 비리의 유전자라도 타고 나는 것일까. 겉으로만 보면 그렇다. 상당수 공기업 임직원들이 직무와 관련된 업체로부터 금품이나 향응 접대를 받는가 하면, 개인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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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공기업 사장 인사의 코드는 여전히 '보은'이다. 정권 창출에 도움이 된 사람들을 배려한다는 얘기다. 잊혀졌던 인물들이 불쑥 사장으로 나타나기 일쑤다. 최근 조폐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윤영대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10년전에 관직에서 그만둔 이다. 이러니 "꺼진불도 다시 보자"는 말이 나온다.


공기업 직원들의 비리 불감증은 이런 토양에서 나온다. 주인의식이 없으니, 유혹에 쉽게 무너진다. 도덕 관념도 무디어진다. 강원도 영월의 모 공기업 대표는 여직원 성희롱으로 물의를 빚었다. 심지어 공공기관 비리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감사원의 감사위원이 돈을 받고 로비활동을 벌이다 구속되기도 했다.


내국인 카지노 사업을 독점 운영하는 강원랜드의 경우 직원 4명이 7년 동안 칩 판매대가로 받은 수표 9억원을 빼 돌렸다. 강원랜드는 설립목적상 도박중독자들에 대한 재활치료를 반드시 지원해야 함에도, 도박중독으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전락한 이들에게도 카지노 출입을 허용했다.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한 직원은 법인카드로 상품권깡, 카드깡을 해 마련한 현금으로 원정도박까지 다녀왔다.


김광원 한국마사회장은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기까지 했다. 김 회장이 서울 서초동의 화상(畵像)경마장 빌딩을 무리하게 건설하도록 직원들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마사회에 수십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공공기관이 탈세를 저지르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도로공사 지역난방공사 수출입은행 등 5개 공공기관에 687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뀔때마다 사실상 공기업은 강력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다. 감사원이나 감사기구의 강도높은 감사도 뒤따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왜 공기업 직원들의 비리 사건은 끊이지 않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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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공기업이야말로 경영학에서 말하는 '대리인 비용'이 극대화되는 곳이라고 지적한다. 주주와 경영진 간의 이해관계가 불일치한다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로 3년 임기를 채우고 나가는 사장 입장에선 기업을 잘 운영해서 이익을 많이 내는 것보다는 두루두루 잘 지내다가 적당한 자리 꿰차고 나가는 게 최선이다. 정치에 뜻을 둔 공기업 사장이라면 '공천'이 최우선이다. 조직 혁신이나 개혁 보다는 현상 유지가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계속되는 것은 기관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경영진의 지향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모순을 개선하기 위해선공기업이 사회·공익적 목적을 추구할 때는 이에 상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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