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장 곧 날아갈텐데 뭐..

시계아이콘01분 33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위기의 공기업<중> 끊이지 않는 부패·비리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서울 지역 모 공기업에 다니는 A씨는 지난해 8월 법인카드로 상품권 1200만원 어치를 사들인 뒤, 이를 되팔아 현금 1000만원을 마련했다. 그는 이 돈을 서울지역의 카지노바에서 모두 탕진했다. 이어 A씨는 회사 금고에서 선불형카드 3000만원 어치를 훔쳤고, 법인카드로 300만원 가량의 금액을 '카드깡'으로 마련한 뒤 이 돈을 모두 도박에 썼다.

심심치 않게 사회면에 오르는 기사다. 공기업 하면 '공공성'의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공기업 직원이 연루된 부패 비리 기사는 그만큼 휘발성이 강하다. 언론사 입장에서도 소위 '상품성이 있는' 기사다.


공기업 직원들은 부패의 유전자, 비리의 유전자라도 타고 나는 것일까. 겉으로만 보면 그렇다. 상당수 공기업 임직원들이 직무와 관련된 업체로부터 금품이나 향응 접대를 받는가 하면, 개인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사장 곧 날아갈텐데 뭐..
AD

게다가 공기업 사장 인사의 코드는 여전히 '보은'이다. 정권 창출에 도움이 된 사람들을 배려한다는 얘기다. 잊혀졌던 인물들이 불쑥 사장으로 나타나기 일쑤다. 최근 조폐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윤영대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10년전에 관직에서 그만둔 이다. 이러니 "꺼진불도 다시 보자"는 말이 나온다.


공기업 직원들의 비리 불감증은 이런 토양에서 나온다. 주인의식이 없으니, 유혹에 쉽게 무너진다. 도덕 관념도 무디어진다. 강원도 영월의 모 공기업 대표는 여직원 성희롱으로 물의를 빚었다. 심지어 공공기관 비리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감사원의 감사위원이 돈을 받고 로비활동을 벌이다 구속되기도 했다.


내국인 카지노 사업을 독점 운영하는 강원랜드의 경우 직원 4명이 7년 동안 칩 판매대가로 받은 수표 9억원을 빼 돌렸다. 강원랜드는 설립목적상 도박중독자들에 대한 재활치료를 반드시 지원해야 함에도, 도박중독으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전락한 이들에게도 카지노 출입을 허용했다.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한 직원은 법인카드로 상품권깡, 카드깡을 해 마련한 현금으로 원정도박까지 다녀왔다.


김광원 한국마사회장은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기까지 했다. 김 회장이 서울 서초동의 화상(畵像)경마장 빌딩을 무리하게 건설하도록 직원들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마사회에 수십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공공기관이 탈세를 저지르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도로공사 지역난방공사 수출입은행 등 5개 공공기관에 687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뀔때마다 사실상 공기업은 강력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다. 감사원이나 감사기구의 강도높은 감사도 뒤따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왜 공기업 직원들의 비리 사건은 끊이지 않는걸까.


AD

전문가들은 공기업이야말로 경영학에서 말하는 '대리인 비용'이 극대화되는 곳이라고 지적한다. 주주와 경영진 간의 이해관계가 불일치한다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로 3년 임기를 채우고 나가는 사장 입장에선 기업을 잘 운영해서 이익을 많이 내는 것보다는 두루두루 잘 지내다가 적당한 자리 꿰차고 나가는 게 최선이다. 정치에 뜻을 둔 공기업 사장이라면 '공천'이 최우선이다. 조직 혁신이나 개혁 보다는 현상 유지가 '누이 좋고 매부 좋고'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계속되는 것은 기관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경영진의 지향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모순을 개선하기 위해선공기업이 사회·공익적 목적을 추구할 때는 이에 상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